지난달 130만원짜리 노트북 컴퓨터를 사면서 신용카드사의 세이브 서비스를 이용해 70만원을 할인받았던 김모 씨(33)는 최근 카드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노트북값 60만원에 별도로 1만4540원이 붙어나왔기 때문이다. 할인받은 금액은 카드를 쓰면서 모아지는 포인트로 상쇄되는 줄 알았던 김씨는 곧바로 카드사에 항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카드사용 금액이 적어 모자란 포인트만큼 현금 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가 지난달 사용한 카드값은 모두 100만원이었는데 카드사에서는 170만원 정도를 더 써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는 “세이브 서비스 계약 기간인 36개월 동안 매달 270만원을 쓰면서 포인트를 채워야 한다는데 계산을 해보니 8000만원 이상 써야 가능하다”며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세이브 서비스를 무턱대고 이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세이브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세이브 서비스란 카드로 물건값을 결제할 때 카드사로부터 최대 70만원까지 먼저 지원을 받고 최대 36개월에 걸쳐 카드 사용에 따라 적립되는 포인트로 갚는 제도다. 얼핏 보면 고가의 물건을 파격적으로 싸게 살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포인트 적립률이 1% 미만인 데다 6% 안팎의 할부 수수료까지 더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신중하게 이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카드 '세이브 서비스' 받고 땅 치는 소비자
실제로 한 카드사에 의뢰해 세이브 서비스 이용금액에 따른 카드 의무 사용액을 추정해 본 결과 70만원의 세이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187만원씩 36개월 동안 모두 6732만원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금액(20만원)과 휴대폰요금(5만원)에는 일반 포인트 적립률(0.7%)보다 더 높은 적립률(최대 5%)을 적용했는데도 세이브 서비스 이용금액의 100배에 가까운 카드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연말연시를 맞아 세이브 서비스 이용률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카드회원들의 이해도는 매우 낮은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세이브 포인트 이용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의 26%가 ‘이용 정보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자의 88%는 ‘수수료율을 잘 알지 못한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세이브 서비스가 할부 구매의 다른 형태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세이브 서비스를 받은 고객에게 따로 안내 전화를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항의전화가 많이 온다”며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세이브 서비스라는 이름이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 올 수 있는 만큼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에 선할인 서비스였던 것을 금융감독 당국의 권유로 세이브 서비스로 통일했는데 이 역시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명칭 검토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세이브 서비스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할 때 최대 70만원까지 카드회사에서 먼저 지원을 받고 최대 36개월에 걸쳐 카드 사용에 따라 적립되는 포인트로 갚는 제도. 카드 사용금액이 적어 포인트를 제대로 쌓지 못하면 현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6% 안팎의 할부수수료가 별도로 부과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