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서울 홍보녀들의 마케팅이 이슈가 됐다면 올해는 PPL 경쟁이 뜨겁다. PPL은 영상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품을 노출시키는 간접광고로써 직접광고 못지않은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주요 브랜드들이 선호하는 광고홍보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착용한 옷과 가방, 슈즈, 액세서리 등은 방송 직후 매출로 이어지며 ‘완판녀’라는 신조어를 낳고 있는 상황. 이에 다수의 브랜드가 방송 진출에 나서며 ‘PPL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이때 론칭 직후 스타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승승장구하는 트렌드 메이커가 있어 눈길을 끈다.

톡톡 튀는 아이템으로 일명 ‘김남주 슈즈(론니슈즈)’, ‘오연서백’, ‘수지가방’을 이슈화시킨 ‘블랙 마틴싯봉’의 김대환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마틴싯봉’의 브랜드를 새롭게 재해석해 한국 시장을 사로잡은 김대환 대표의 성공 노하우를 알아보자.
김남주 덕분에…30대男, 5개월 만에 8억 대박
‘김남주 슈즈’의 탄생 “남들과 다른 것이 전략이었죠”

김남주 덕분에…30대男, 5개월 만에 8억 대박
국민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알려져 ‘김남주 슈즈’로 화제가 된 아이템은 블랙마틴싯봉의 ‘론니슈즈’다. 이는 세 짝의 로퍼가 하나로 구성된 론니 슈즈는 한 쌍의 슈즈에 디자인이 다른 하나의 슈즈를 더한 아이템이다.

론니슈즈를 직접 고안해냈다는 김 대표는 “블랙마틴싯봉 론칭 초기에 이슈거리를 만들기 위해 슈즈에 아이디어를 붙여 출시한 제품이었다. 디자인이 다른 ‘한 짝의 신발만 외롭다(lonely)’해서 론니슈즈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기분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발상이 재밌게 느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전략적인 마케팅 비결에 대해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아이디어 자체가 튀는 아이템이라는 희소성이 스타들의 니즈와 잘 부합했던 것 같다. 언밸러스한 슈즈의 매칭이 돋보이는 론니슈즈, 형광 컬러로 룩에 포인트를 주는 가방 아이템 등은 ‘튀어야 사는 스타들’의 취향에 딱 맞아 떨어졌다”라고 덧붙였다.

전화위복 “유럽발 금융위기가 나에겐 기회였다”

5월 블랙마틴싯봉을 국내에 론칭한 김대환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30대 중반의 젊은 사업가다. 겉보기에는 무뚝뚝하고 평범한 남자인 그는 사실 아버지와 함께 2대에 걸쳐 의류 산업에 종사해온 인물이다.

김대환 대표는 “마틴싯봉 파리가 오리지날 컬렉션 라인이에요. 90년대 후반 쌈지가 인수한 명품브랜드로 화제가 됐지만 본사의 부도와 유럽발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격고 있었는데 그때 인수를 결심했죠”라며 마틴싯봉 한국 판권을 인수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사실 마틴싯봉이라는 디자이너는 ‘끌로에’라는 브랜드의 디렉터로 칼 라거펠트의 후속 디자이너이자 스텔라 매카트니의 선임 디자이너로 활동했어요. 라인업이 상당히 좋은 편이죠. 이후 95년도에 자신의 이름으로 론칭한 마틴싯봉 역시 아이덴티티도 확실하고 역사도 있는 브랜드라서 마음에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온고지신의 미학을 말하다

마틴싯봉은 프랑스 현지에서는 유명한 명품 브랜드로 통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한 차례 실패를 맛본 비운의 브랜드이기도 했다. 이에 김대환 대표는 ‘블랙’이라는 라벨을 더한 새로운 브랜드 ‘블랙마틴싯봉’으로 국내 재론칭에 도전했다.

“매스티지가 추세로 떠오르면서 명품의 세컨드 라벨이나 볼륨 라벨이 다수 선보이고 있지만 50~80만원대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어요. 이에 오리지날 마틴싯봉이 가진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을 탈피하면서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얻고자 블랙마틴싯봉의 한국판권을 사버렸죠”

“대중적인 콘셉트로 재탄생한 가방과 슈즈는 기존의 마틴싯봉 컬렉션과는 전혀 달라요. 트렌디한 디자인에 톡톡 튀는 컬러를 입혔죠. 여기에 마틴싯봉이 직접 디자인한 사슴로고를 전면 부각시켜 오리지날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아이덴티티를 더했어요”라며 한국 블랙마틴싯봉의 차별화된 매력을 설명했다.

실제로 기존의 아방가르드한 컬렉션을 희석시키고 블랜딩해 전혀 새로운 디자인으로 돌아온 블랙마틴싯봉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아이템으로 론칭 5개월 만에 매출액 8억을 달성. 현재는 마틴싯봉 파리 본사를 비롯한 56개국의 판권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훗 날 전 세계 트렌드세터들이 블랙마틴싯봉의 론니슈즈와 가방을 들고 다니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는 김대환 대표는 “프랑스와 이태리, 뉴욕과 런던, 밀라노 등의 파워는 대단하잖아요. 사실 대한민국 브랜드로서 해외로 나가는 것이 사명감이지만 아직은 프랑스의 역사 있는 브랜드를 활용해서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돈만 있다면 누구나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요소가 다수의 소비자들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느냐 하는 것. 이에 합리적인 가격의 대중적인 패션 잡화 ‘블랙마틴싯봉’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에 나선 김대환 대표의 귀추를 주목해 본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