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제조업체들이 계절적 비수기인 4분기에도 최대 실적을 경신하거나 근접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어, 수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태블릿PC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 기기들의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FPCB 제조업체들의 실적 성장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비수기 4분기, 사상 최대 실적 '경신'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4분기 플렉스컴의 매출액이 1000억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다. 플렉스컴은 이미 지난 10~11월에만 4분기 예상 매출액의 65%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플렉스컴의 4분기 매출에 대한 시장 예상치 85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지난 3분기에 기록한 최대 매출 944억원을 넘어서는 최대 분기 매출 기록이다.

플렉스컴이 비수기인 4분기에도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10.1'에 이어 '갤럭시 노트2'가 출시 2개월만에 5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판매가 늘면서 플렉스컴이 공급하는 전자펜 관련 부품 '디지타이저'의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플렉스의 4분기 매출액도 사상 최대인 3000억원을 상회하며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인터플렉스는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에 부품을 공급하는 일명 ‘쌍끌이 효과’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인터플렉스의 4분기 삼성전자와 애플로부터 나오는 매출액이 각각 1200억원과 1600억원으로 지난 분기에 비해 37%와 142% 늘어날 것이라고 우리투자증권은 전망하고 있다. 인터플렉스는 지난 3분기 갤럭시노트2의 인기에 힘입어 FPCB와 디지타이저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비에이치도 4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 3분기에 맞먹는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분기 비에이치의 매출액은 649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태블릿PC용 FPCB를 공급하는 비에이치는 스마트폰에 비해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태블릿PC의 특성으로 높은 평균판매단가(ASP)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IBK증권은 비에이치의 4분기 매출액을 6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면서 3분기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FPCB 소재 전문업체 이녹스 역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으로 기록한 지난 3분기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이녹스의 4분기 매출액이 424억원을 기록해 전분기와 유사한 호실적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 2013년에도 연간 '사상 최대' 실적 행진

내년에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태블릿PC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FPCB 제조업체들의 실적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에서 FPCB 업체들의 증설을 독려하고 있다"며 "내년초 삼성전자가 '갤럭시S4'를 공개하고 '갤럭시 탭 미니' 등을 출시하면서 FPCB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관련 업체들의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총 매출액 76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인터플렉스의 내년 매출액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태블릿PC 시장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섬에 따라 디지타이저와 FPCB의 수혜가 클 것"이라며 "이에 따라 내년 FPCB 매출만 1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유일 베트남 생산기지를 확보한 플렉스컴 역시 삼성전자 현지 공장과의 시너지로 내년 매출액이 올해보다 1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광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플렉스컴의 내년 총 매출액은 올해에 비해 30% 늘어난 43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현재 베트남 법인의 생산라인 증설로 출하량 증가와 원가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비에이치 역시 태블릿PC가 실적을 이끌어 내년 매출액이 올해 대비 1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태블릿PC에 공급되는 FPCB 매출 비중이 올해 19%에서 내년 30%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며 "태블릿PC에 적용되는 FPCB의 경우 면적이 확대되기 때문에 단가가 높아져 내년 매출액이 3200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녹스의 내년 매출액은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표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초부터 디지타이저 용 EMI(전자파차단) 흡수필름을 납품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태블릿PC 출하량 목표를 올해 대비 128.4% 증가한 3600만대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어 내년 총 매출액이 207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정형석 · 노정동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