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예치해두는 금고(金庫) 은행에 선정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싼 이자로 대규모 예금을 유치할 수 있는 데다 지자체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연계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올해 금고 은행과의 계약만기가 돌아온 77개 지자체 중 10~15개 지자체에 입찰 제안서를 집중적으로 냈다. 이 중 유치 실적이 가장 뛰어난 곳은 국민은행으로 광주광역시, 부산광역시, 천안시, 의성군, 해남군 등 5개 지자체의 금고 계약을 따냈다.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세종시의 1, 2금고 은행으로 함께 선정된 점이 눈에 띈다. ‘세종시 금고은행’이라는 브랜드 가치뿐 아니라 금융정책과 세법 개정을 주관하는 기획재정부 등 관료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올해 유독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은행 선정을 둘러싸고 접전을 벌인 것은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을 변경함에 따라 지난 7월부터 금융기관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지자체들은 기존 수의계약 방식을 공개입찰로 의무적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농협은행과 지방은행이 독점하던 지방 지자체 금고 시장에 시중은행이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통상 지자체 금고계약은 2~4년 단위로 체결되기 때문에 은행들은 지자체의 예산을 운용할 수 있는 기간을 그만큼 보장받을 수 있다. 적용되는 금리도 연 2%대로 연 3%를 넘는 개인고객 예금금리보다 싸다.

내년도 금고은행 선정 경쟁입찰에선 서울시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게 된다. 올해 기준 서울시 금고 규모는 일반회계 예산만 15조2050억원에 달한다.

박신영/이상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