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2012년도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차분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다면 유명 미술관이나 화랑을 찾는 건 어떨까.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그림을 보며 상상력을 충전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위해서는 방학 숙제를 할 기회도 된다. 현대미술전을 비롯해 크리스털 명품전과 대한제국 황실 사진전 등 장르도 다양하다.

유리 크리스털을 보석의 경지로 올려놓은 스위스 명품업체 스와로브스키의 117년 역사와 브랜드 스토리가 도심 미술관을 수놓고 있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의 ‘스와로브스키, 그 빛나는 환상’전에는 디자인, 패션, 건축 등 다양한 예술 영역을 아우르며 럭셔리 문화를 이끌어온 스와로브스키를 대표하는 명품들이 총출동했다. 오드리 햅번, 마릴린 먼로, 마돈나, 제니퍼 로페즈, 비욘세, 레이디 가가 등 유명 스타들이 착용했던 스와로브스키 의상, 시계, 주얼리는 물론 조르지오 아르마니, 비비안 웨스트우드, 베라 왕 등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오뜨 꾸뛰르 드레스도 나와 있다. 창작물의 소재로서 크리스털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는 22일에는 ‘겨울의 꿈’을 주제로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열린다.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12일부터 할리우드 천재 영화감독 팀 버튼의 그림전이 시작된다. 2009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첫선을 보인 ‘팀 버튼 미술전’은 관람객 80만명을 불러 모으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어린 시절 습작을 비롯해 회화, 데생, 사진,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만든 캐릭터 모형 등 700여점이 걸린다. 팀 버튼의 미술 인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덕수궁미술관은 근대 사진 전시회 ‘대한제국 황실의 초상’전을 기획했다. 한국 사진의 역사를 탐색할 수 있는 이 전시회에는 대한제국 황실과 관련된 200여점의 원본 사진이 관람객을 반긴다. 고종이 앨리스 루스벨트에게 선물한 초상 사진의 원본이 107년 만에 소개되며, 진위 논란을 빚고 있는 명성황후 관련 사진도 걸렸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과 일본인 부인 이방자 여사, 고종의 고명딸 덕혜옹주, 다섯째 아들 의친왕 이강, 의친왕의 아들 이건과 이우 등 일제강점기에 기구한 삶을 산 황실 후예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감성 지수를 높여주는 현대미술전도 놓칠 수 없다.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의 ‘(불)가능한 풍경’전에는 설치작가 이불 씨를 비롯해 사진작가 강홍구 공성훈 김동연 김범 김소라 김홍주 문범 오용석 이기봉 이세현 정서영 씨 등 13명의 회화, 사진, 조각, 설치 영상 등 30점이 나와 있다. 각자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풍경에 대한 사유를 녹여낸 작품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