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른바 '죄악주'(罪惡株ㆍsinful stock)로 분류되는 일부 종목의 주가가 순풍을 타고 있다.

죄악주는 사람의 육체와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사업 분야를 가진 기업을 뜻한다.

전통적으로는 술, 담배, 도박 관련 기업이 여기에 속하며 분류에 따라서는 방산업체나 게임사, 성 관련 상품, 대부업체를 포함하기도 한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주류, 담배, 도박, 게임, 성 관련 상품, 대부 등 6개 업종 46개 종목의 주가 추이를 살펴본 결과, 연초대비 수익률은 평균 13.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7.1%)이나 코스닥 수익률(-3.5%)에 비해 6~17% 포인트 높은 수치다.

업종별로는 도박 관련 3개 종목의 수익률이 평균 55.7%로 가장 높았다.

특히 파라다이스 주가는 올해 1월2일 8천480원에서 이달 7일 종가 기준 1만7천200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

다음으로는 성 관련 상품 관련 종목의 연초대비 수익률이 평균 30.5%를 기록했고, 게임주(12.8%), 담배(6.0%) 등이 뒤를 따랐다.

주류(-3.0%)와 대부업(-12.9%)은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다.

다만, 주류의 경우 연초 대비 44.4%나 주가가 내린 보해양조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수익률이 괜찮았다.

대부업은 경기와 무관하게 지난 5월 저축은행 추가퇴출 조치로 자금조달 창구가 막혔던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죄악주들의 종목별 수익률은 와이디온라인이 179.6%로 가장 높았고, 조이맥스(113.4%), 파라다이스(102.8%), 컴투스(101.7%), 액토즈소프트(90.1%), 라이브플렉스(74.3%), 유니더스(60.0%), GKL(58.2%) 등 순이었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양윤 교수는 "생활이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이를 풀어주려는 욕구가 강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죄악주들의 실적이 주가와 일치되지는 않는다.

연결실적을 공개한 10개 종목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2조1천64억원으로 작년 동기(2조1천913억원)보다 3.9% 줄었다.

또 개별 또는 구분실적을 내놓은 나머지 36개 종목도 올해 1~3분기 영업익이 4천114억원으로 작년 동기(4천169억원)에 비해 1.3% 감소했다.

주로 게임업종의 성적이 나빴고, 게임 개발사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잘 되는 업체만 잘 되는 업계 내 양극화가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아이엠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경쟁업체가 너무 많아졌다"면서 "실적이 받쳐주지 않아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데 현재 주가 수준만 유지해도 잘 버티는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김다정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