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4시간 중 10시간가량을 의자에 앉아 일하는 50대 대기업 부장인 김모씨. 그는 최근 의자에 오래 앉아 있을 때마다 다리가 무겁고 답답함을 느꼈다. 나이가 들어 그런가 보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했다. 종아리 부분 혈관이 눈에 보일 만큼 두껍게 불거지면서 증상이 악화되자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하지정맥류’.

김씨처럼 다리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라 핏줄이 피부 표면으로 튀어 나오는 하지정맥류 환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지정맥류 진료 환자는 13만4225명이다. 지난 5년 동안 한 해 평균 3.2%씩 증가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50대가 27.2%로 가장 많았다. 특히 그동안 여성들에게 많이 발병했던 하지정맥류가 남자들 사이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노화, 과체중, 운동부족에다 잦은 음주와 스트레스 등 요인이 겹치면서 혈관 수축력이 떨어지고 혈액이 역류하고 있는 것. 중년 여성의 경우 피임약·여성호르몬제 장기 복용도 발병의 요인이다. 요즘 같은 추운 겨울에는 근육이 수축되기 때문에 원활하지 않은 혈액 순환으로 인해 환자가 더욱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50대 이상 남성환자 꾸준히 증가

1995년 국내 최초로 하지정맥류 전문병원을 개원한 심영기 연세에스병원 원장은 “잘못된 자세로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게 되면 하지정맥류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진단했다.

잘못된 자세가 심장으로 가는 혈액을 역류시키고 이로 인해 늘어난 정맥이 피부 밖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 하지정맥류를 내버려두면 처음에는 냉면 면발 정도의 크기에서 우동 면발, 다시 손가락 크기로 굵어진다. 다리 통증과 저리거나 욱신욱신 쑤시는 느낌, 피로감, 붓는 증상(부종), 경련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이때 치료하지 않으면 발병 부위가 확산된다. 종아리에서 시작해 허벅지까지 올라갈 수 있다. 더 심하면 경련, 피부색 변화, 혈전 생성, 피부 궤양, 피부 괴사 등 합병증이 생긴다. 다리 혈관이 작은 외상에도 불구하고 쉽게 파열되기도 한다. 허리 디스크, 무릎관절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는 게 의사들의 조언이다.

○증상에 따른 치료법

치료법은 다양하다. 혈관 상태에 따라 시술법이 결정된다. 심 원장은 “대체로 발병 부위가 좁고 주로 바깥쪽 혈관에 국한돼 있으며 초기일 경우에는 혈관경화제 주사요법으로, 심한 경우에는 혈관레이저·고주파·냉동수술 등 복합적인 방법으로 치료한다”고 말했다.

경화요법은 망가진 혈관에 주사로 약물을 주입해 혈액 공급을 차단하는 시술법이다. 수술이 아닌 주사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마취할 필요가 없고 출혈이 생기지 않으며 흉터도 남지 않는다. 경증이면 한두 번 시술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데 다소 심하면 한번에 20분 정도, 2~4주 간격으로 2~4회 반복 시술한다. 초음파로 환부를 보면서 약물을 해당 부위에 정확하게 주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 혈관 직경이 2~3㎜이상이면 효과가 떨어지고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경화요법으로 불가능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이 혈관 레이저수술이다. 간단한 부분마취나 수면마취 후에 문제의 혈관에 레이저를 쏘아 정맥을 위축시킨다. 경화요법과 마찬가지로 시술 후 흉터나 출혈의 부담이 거의 없다. 시술시간은 15~20분 안팎이다. 하지만 시술 후 멍이 들 수 있고, 매우 심한 정맥류나 부정확한 시술이 이뤄지면 재발하기 쉽다. 심하게 구부러진 정맥류에서는 시술이 불가능하다.

최신 요법으로는 냉동수술요법이 있다. 문제가 되는 혈관을 순간적으로 얼려 치료하는 시술이다. 흉터나 조직손상 등의 수술 부작용이 거의 없고 재발하는 경우도 드문 게 장점이다. 소동문 연세에스병원 원장은 “최근 4년간 12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냉동수술요법을 시행한 결과 수술 부작용이나 재발률이 0.1% 선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정맥이 심하게 손상돼 구불구불한 혈관이 겉으로 확연히 드러난 경우에는 하지를 0.2~0.5㎝ 절개해 문제의 정맥혈관을 빼내는 미세절제술을 병행한다. 심 원장은 “정맥류는 한번 발병할 때 굵은 혈관, 가는 혈관 할 것 없이 모두 망가지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환자의 혈관 크기에 알맞은 치료법을 동시에 복합적으로 시행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하지정맥류 치료법이 단순해 보여도 혈관 구조에 정통하고 숙련된 테크닉을 가진 전문의가 시술해야 후유증과 재발을 최소화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나 피하고 다리 꼬는 자세 바꿔야

하지정맥류는 만성적인 질환이다. 때문에 호전되길 바란다면 정맥류를 악화시키는 생활습관을 피해야 한다.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는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을 막아 하지정맥류에 치명적이다.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면 10분에 한 번씩 자세를 바꿔주는 게 좋다. 중년남성들은 다리가 무겁고 몸이 찌뿌둥할 때 사우나를 자주 찾는데 이 또한 좋지 않다. 사우나와 반신욕·찜질의 경우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을 정맥에 오래 머물게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심 원장은 “가벼운 달리기나 뒤꿈치 들기 운동은 혈액순환을 도와줘 하지정맥류 증상을 완화시킨다”며 “과체중은 하체의 원활한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에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하고 꽉 끼는 옷이나 굽이 높은 구두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비만과 변비는 복압을 상승시켜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에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하고 변비 치료는 가급적 빨리 받는 것이 좋다. 또 소금 섭취를 줄이는 한편 섬유소가 많은 곡물이나 신선한 야채, 과일을 많이 먹어 혈액순환을 도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심 원장은 “취침 시에는 발 아래에 베개를 놓아 다리를 심장보다 약간 높게 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심영기 연세에스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