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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男·女 모두를 사랑한 록 스타의 보헤미안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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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스토리 - 예술가의 사랑 (28) 프레디 머큐리
    무대 위에 오른 그가 관객을 향해 외친다. “겟업(get up·일어나요)! 겟업!” 점잖 빼는 사람은 그의 공연을 볼 자격이 없다. 가식을 던져버리고 그의 지시에 따라 달콤한 감성과 본능의 늪에 뛰어들 준비가 된 사람만이 그와 혼연일체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얻어진 짜릿한 경험은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긴다.

    영국의 록 그룹 퀸(Queen)의 리드 보컬리스트인 프레디 머큐리(1946~1991) 얘기다. ‘보헤미안 랩소디’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사랑이라는 앙증맞은 것(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7080세대 록 팬의 우상으로 군림했던 그의 마력은 폭발적인 무대매너에서 온다. 잠시도 쉬지 않고 무대를 헤집고 다니며 풀쩍풀쩍 뛰어올라 관객과 끊임없이 교감을 나눈다.

    관객이 머큐리에게 환호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그가 뿜어내는 중성적 매력 때문이다. 동성애자들이 즐겨하는 삭발 머리에 비음이 섞인 중성적 보이스. 여기에 에로틱함을 자아내는 노출 패션이 더해져 관객을 묘한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간다. 세일러 모자를 쓰고 핫팬츠를 입은 채 열창하는 그의 모습은 여성 가수의 섹시함을 능가한다. 머큐리는 그렇게 무대를 매개로 관객과 사랑을 나눴다.

    그런 머큐리의 모습을 보고 당시 한 언론은 ‘신-퀸(scene-queen)’이라고 불렀다. 여성 역할을 하는 무대 위의 동성애자라는 뜻이다.(그룹명 퀸은 여성 역할을 하는 동성애자라는 뜻도 함축하고 있다) 실제로 머큐리는 자칭 동성애자였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남성을 사랑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은 무명의 설움을 겪고 있을 즈음인 1970년대 초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의 소개로 메리 오스틴이라는 한 앳된 여인을 만난다. 티 없이 맑고 청순한 마스크의 이 여인은 머큐리에게 자신이 안고 있는 과거의 비밀을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처럼 비쳤다.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영국의 보호령인 잔지바르(지금의 탄자니아)에서 인도 태생의 조로아스터교도(기독교의 이단 종파) 자손으로 태어난 그는 17세 때까지 인도에서 교육을 받았다. 잔지바르에서 혁명이 일어나자 그의 가족은 영국으로 망명하게 되는데 그는 이때부터 자신의 과거를 철저히 은폐하고 영국인으로 행세한다.

    머큐리는 오스틴만이 자신의 출신에 대한 콤플렉스를 감싸 안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기대한 대로 오스틴은 상대의 어려움과 고민을 어루만져주는 천사표 여인이었다. 청각 장애인을 부모로 둔 오스틴은 어려서부터 부모와 눈으로 무언의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그는 자연스레 눈빛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았다. 끝없는 정체성에 대한 갈등으로 힘겹게 청소년기의 암울한 터널을 통과한 그는 오스틴을 만나 큰 위안을 받았다. 둘은 만난 지 얼마 안돼 동거에 들어갔다. 심적 고통을 겪을 때마다 머큐리는 그의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유받을 수 있었다. 정서적 안정이 가져다준 열정의 폭발이었던가. 어느 날부터 그의 가슴속에 내재해 있던 남자에 대한 열정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외도가 시작됐다.

    두 사람의 연인관계는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막을 내렸다. 1974년 머큐리는 언론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오스틴과의 관계를 정리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오스틴과 떨어져서는 잠시도 살 수 없었다. 그가 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지고지순한 여인인 오스틴은 야속한 연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때부터 충실한 친구가 된다.

    머큐리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찾고부터 더욱 안정감을 되찾았고 그때부터 록 그룹 퀸은 승승장구하게 된다. 관객은 폭발적이면서도 여성적인 머큐리의 무대를 보려고 공연장으로 물밀듯이 몰려들었다. 부다페스트 공연에는 8만 관객이 몰렸고, 잉글랜드의 크네브워스 공원의 야외공연에는 30만 관객이 쇄도했다. 1979년에는 ‘크레이지 리틀 싱 콜드 러브’로 마침내 미국 차트 정상에 오른다.

    그는 한때 오스트리아 출신의 여배우 바버라 발렌틴과 열애에 빠지기도 했지만 1985년부터는 헤어드레서인 짐 허튼을 자신의 운명적 파트너로 받아들인다. 그는 스페인의 정상급 성악가인 몽세라 카바예와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음악활동의 절정기를 맞는다. 그의 미래는 온통 장밋빛으로 물든 듯했다. 그러나 그는 1987년 에이즈 양성반응 판정을 받는다. 700여차례에 걸친 그의 무대 공연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팬들은 갑작스러운 무대활동 중단에 의구심을 표했지만 머큐리는 그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디스크 취입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팬들과의 만남을 지속했다. 팬들이 그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머큐리가 세상을 뜨기 하루 전 매니저를 통해 발표한 메시지를 통해서였다.

    오스틴은 머큐리의 곁을 끝까지 지켰다. 놀랍게도 머큐리는 유해의 뒤처리를 허튼이 아닌 오스틴에게 맡겼다. 그의 진정한 마음 속 연인은 동성애 파트너가 아닌 오스틴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렇게 무대 안팎에 사랑의 신화를 남긴 채 사라졌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오래도록 갈구하던 사랑의 열정은 팬들의 가슴에 전해져 오늘도 수많은 연인들을 열정의 세계로 인도한다. 사랑은 그가 노래한 대로 우리가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는 ‘앙증맞은 것(crazy little thing)’이기 때문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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