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간 모바일 플랫폼 전쟁이 디지털 지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위치 확인, 경로 찾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지도는 2005년 이후 구글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애플이 지난 9월 자체 제작한 디지털 지도를 선보이고 아마존이 3차원 지도 업체인 업넥스트를 인수하면서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 간 전략적 제휴도 디지털 지도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이 디지털 지도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이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지도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 정보는 물론 인터넷으로 무엇을 검색하고 어떤 물건을 구입하는지 등 일상생활에 관한 정보를 담는 ‘캔버스’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정보를 실시간으로 대량 수집하면 위치기반 서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지도 경쟁은 앞으로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우선 디지털 지도가 적용되는 공간이 실외에서 실내로 확장될 것이다. 쇼핑센터와 문화시설, 주거시설이 한데 모인 초대형 복합단지가 증가하면서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매장 안내 등 지도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많아졌다. 삼성전자 노키아 브로드컴 퀄컴 등이 실내 위치 측정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고, 구글이 1만여개의 실내 지도 정보를 수집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디지털 지도는 또한 단순히 길을 찾는 것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모바일서비스와 결합된 융·복합 서비스로 발전할 것이다. 페이스북 포스퀘어 등은 회원이 특정 매장을 방문하면 할인 혜택을 주고, 위치 정보를 친구와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마존 그루폰 등 전자상거래 업체는 회원의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주변 상가 정보를 제공하고, 온라인으로 구입한 상품을 가까운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지도 정보를 제공하고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위키피디아 형태의 집단지성 지도가 등장할 전망이다. 구글이 지도 전담 인력만 7000명을 두고 있을 정도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3D 지도, 항공사진, 실내 지도 등으로 지도의 형식과 범위가 확대되면 비용 절감과 품질 개선을 위해 집단지성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집단지성을 활용한 지도인 오픈스트리트맵의 정보를 이용해 자사 지도의 품질을 개선하고 있다.

디지털 지도 경쟁으로 스마트폰 제조사와 모바일 서비스 업체가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위치 측정 기술 등을 개발해 스마트폰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모바일 서비스 업체는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위치기반 서비스를 발굴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 지도 정보를 공개해 관련 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원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wycho@s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