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가 열창한 '샹송의 전설' 객석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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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카스, 피아프를…' 숨가쁜 90분 '환호'
“400곡이 넘는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중에서 그녀를 추모할 수 있는 곡만 모았습니다.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피아프의 노래를 통해 삶의 고통, 환희, 사랑 등의 감정을 나누고 싶습니다.”
‘샹송의 디바’가 ‘샹송의 전설’을 불러냈다. 지난 2일과 3일 밤 ‘카스, 피아프를 노래하다’로 7년 만에 내한 공연한 파트리샤 카스(46)는 어둠 속에 잠들어 있는 피아프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환생시켰다.
카스가 노래한 피아프의 일생은 한 편의 뮤지컬 같았다. 무대 위에는 낡은 옷걸이 하나와 옷가지들뿐. 어둠을 뚫고 맨발로 등장한 카스가 ‘작은 참새에게 바치는 곡’을 부르자 객석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특유의 드라마틱한 창법과 허스키한 목소리는 관객들을 1940년대 프랑스 파리의 뒷골목으로 데려가기에 충분했다.
“유럽의 길거리에서 시작해 파리의 화려한 야경, 유명 극장과 카바레로 안내하고 싶다”고 한 카스의 무대는 피아프의 일생과 연관된 배경 영상으로 분위기를 돋웠다. 카스는 팔색조 같은 매력을 90분간 쉼 없이 뿜어냈다. 1944년 피아프가 처음 녹음한 곡 ‘이방인’을 부를 땐 바이올리니스트와 아름다운 듀엣을 선보였고, ‘장밋빛 인생’을 부를 땐 맨발로 무대에 나와 무용수와 격정적인 2인무를 추며 노래했다. 원곡은 밝고 명랑하지만 단조의 어둡고 장중한 분위기로 편곡된 ‘밀로드’는 카스의 개성 있는 목소리와 잘 어울렸다. ‘나의 늙은 루시앙’을 부를 땐 술에 취해 망가진 모습 그대로였다. ‘파담, 파담’과 ‘아니, 난 후회하지 않아’는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들려줬다.
카스는 피아프가 가장 사랑했지만, 비행기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난 헤비급 복싱 챔피언 마르셀 세당을 대신 연기하기도 했다. ‘내 안에 있는 그대’를 부를 때에는 권투 장갑을 끼고 무대에 나왔다. 이어 피아프가 그를 그리워하며 만든 ‘사랑의 찬가’를 부르자 객석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렸다.
지난 5월 피아프 사후 50주년 추모 앨범 ‘카스, 피아프를 노래하다’를 전 세계 동시 발매한 카스는 내년까지 11개국에서 공연한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을 택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