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조명업체 오스람코리아에서 해외 영업을 담당했던 유광우 씨(52). 그는 2006년에 퇴직한 뒤 재취업에 나섰다. 여러 업체에 원서를 냈지만 쉽지 않았다. 절망과 좌절에 빠져 있던 그에게 구세주가 된 건 한국무역협회가 운영하는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이하 중견고용지원센터)’다.

이 센터는 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이 2009년부터 공동으로 추진하는 ‘잡 투게더(Job Together) 캠페인’의 일환으로 개설됐다. 은퇴 후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고 있는 이들을 돕고 중견·중소기업의 인력난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세워졌다. 유씨는 중견고용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2010년 토목회사인 은성O&C의 상무로 취직했다.

그로부터 2년. 유씨는 지난 10월 전무로 승진했다. 호주, 브라질 등 자원부국에서 잇따라 수주 낭보를 전해왔기 때문이다.

유씨 같은 퇴직 중견전문인력을 채용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중견·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중견전문인력이란 40세 이상으로 한 분야에 10년 넘게 근무한 차장급 이상 경력자를 말한다. 중견·중소기업은 이들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수출 돌파구를 찾는다는 전략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실제로 중견고용지원센터가 퇴직 중견전문인력을 고용한 38개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업체의 올해 상반기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12.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 전체 수출 증가율인 -1.5%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중견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업체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고용지원센터가 중견·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116명을 대상으로 중견인력 활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4.5%는 중견전문인력을 채용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채용 중이라고 답했다.

이들 업체 중 62.5%가 중견인력 고용에 만족하고 있으며 불만족한다는 업체는 10.9%에 불과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3분의 2는 앞으로 중견인력 채용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이유는 높은 전문성(82.0%)과 업무 성과(31.5%), 책임감(26.1%) 등을 꼽았다. 중견인력을 채용해 가장 기대하는 사항에 대해선 응답자의 76.1%가 국내외 매출 확대라고 답했다. 채용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79.5%), 근무경력(42.8%) 등이었다.

한편 중견인력을 고용하는 데 가장 큰 애로사항은 높은 인건비(59.3%)와 조직과의 융화력(41.6%) 등으로 분석됐다. 반면 나이에 대해 우려하는 경우는 응답자의 17.7%에 불과했다.

CEO가 채용을 원하는 중견인력의 적정 나이는 40~45세(36.4%), 보유 경력은 10~15년(43.2%)이었다. 퇴직 후 구직기간은 1년 이내가 가장 적당하다는 응답이 88.1%로 가장 많았다.

박부규 한국무역협회 회원서비스본부장은 “중견인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인건비 부담이 큰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 방안 마련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