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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기업가정신에 비친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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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극화로 근로자 지위 불안해져
    기업활동 활발할때 나라도 성장
    경영권·종업원안정 함께 살펴야"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
    이번 대통령 선거의 핫이슈는 경제민주화 논쟁일 것이다. 그 논거가 옳든 그르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와 있다. 유력 후보자들은 저마다 소요재원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서민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또한 재벌들의 활동을 규제하는 방안을 쏟아 내고 있다. 지식인 사이에서는 그런 퍼주기식 정책을 남발하면 한국 경제도 그리스 경제처럼 나락에 떨어질 테니 자제해야 한다는 성명까지 나오는 터라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우리는 이 경제민주화 논쟁을 어떻게 보고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이를 위해 이번 대선에서 왜 경제민주화 논쟁이 제기됐는지에 대한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지켜보면 1929년 대공황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는 공급능력에 상응한 수요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에 역점을 두는 케인스 경제학이 주도하는 시기였다. 그것이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라 불리는 공급 중시 경제학의 시대로 전환했다. 규제를 철폐하고 경쟁을 부추겨 민간 기업으로 하여금 경쟁력을 강화시키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그것이다. 그 일환으로 금융부문에서도 자유경쟁이 확대되자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통폐합 움직임이 나타나고 이에 따라 연금조합 등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주주이익이 강조되는 뉴이코노미스트 시대가 출현했다.

    뉴이코노미스트 시대의 주요 특징은 주주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채산성을 기준으로 종업원을 대규모 정리해고함으로써 이윤을 키우고 이에 따라 주가를 높인다. 기업들의 이런 경영방식은 결과적으로 국민경제마다 소득 및 부의 분배구조를 왜곡시킴으로써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빈곤계층을 만들었으며, 다수의 샐러리맨들은 그들의 기업 내 지위에 대해 극히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사회적 환경의 출현으로 인해 가난한, 그리고 불안한 대중들은 정치적인 방법으로 그들의 경제적 안정을 요구하게 되고 이 요구에 동조해 대권주자들은 경제민주화를 강하게 주장하게 된 것이다. 뉴이코노미스트라는 경영환경 아래에서 각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생존차원 내지는 자기이익 극대화를 실현하기 위해 앞서 말한 바와 같은 경영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제체제가 존속하는 한 양극화 구조는 피하기 힘들고 따라서 경제민주화 요구는 계속 나올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뉴이코노미스트의 궁극적 귀결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표출되고 뒤이어 유럽 경제 위기를, 나아가 세계 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지적해야 할 것은 뉴이코노미스트의 성격이 강한 미국 영국 경제가 빈부격차가 심한 데 반해 주주이익, 종업원이익, 은행 등 채권자 이익을 두루 고려하는 이른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독일 일본 경제가 상대적으로 불평등도가 덜 심각하며 따라서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국제통화기금(IMF)의 강한 요구와 뉴이코노미적 성격이 강화됐으며 이로 인해 기업 내에서 종업원의 지위가 강성노조가 있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상당히 약화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관계로 인해 일반 대중들은 정치에 민감하고 그들 지위의 강화를 정치에서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민주화 논쟁이 발생한 배경을 이렇게 정리한다면 그 해결책도 결과의 수정이 아닌, 그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제체제의 재조정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때마침 이번 주는 기업가정신 주간이다.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인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 기업가정신의 고양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불문가지다. 그런 점에서 경영권 지위를 보장해 주고 종업원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성격을 띤 독일 일본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그것이 자칫 기업활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최근의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고 기업 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leejy@hufs.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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