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단일화 협상 잠정중단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에는 최근의 여론흐름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주 들어 안 후보가 3자 대결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게 2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의 본선 경쟁력에서도 뒤지는 여론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안 후보 측으로선 이런 여론흐름을 끊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한국갤럽이 15일 발표한 여론조사(12~14일)에 따르면 안 후보는 21.0%의 지지율로 박 후보 39.0%, 문 후보 23.0%에 이어 3위로 밀렸다. 갤럽조사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일화 여론조사 시 기준이 될 수 있는 비박근혜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야권 후보 지지율에서도 안 후보(40%)가 문 후보(46%)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23.6%)는 박 후보(45.4%) 문 후보(24.0%)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비박근혜 지지층 조사에서도 안 후보는 43.5%에 그쳐 45.2%의 문 후보에게 따라잡혔다.

지난 6일 야권단일화 합의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반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 또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여론조사 기관들의 설명이다. 안 후보 측으로선 이런 추세를 방치할 경우 여론조사방식의 단일화에서도 승기를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한경·글로벌리서치가 지난 9~10일 호남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에게 적합도는 물론 평소 경쟁우위로 강조했던 본선 경쟁력에서 뒤처진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안 후보 측으로선 단일화 협상 중단카드를 내세워 이 같은 여론흐름을 끊고 문 후보 측의 조직력을 묶어두기 위한 카드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