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만 해도 디스플레이 업종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최소한 연내에는 회복이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초부터 디스플레이 업황이 바닥을 찍고 턴어라운드(급격한 실적 개선)를 시작할 것이란 기대가 고개를 들면서 업종 대표기업 LG디스플레이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그 여파가 장외시장의 비상장 기업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디 와이엠씨 CS엘쏠라 등 디스플레이 패널 관련 업체들이 장외시장에서 1주일 새 10~20%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장외서도 디스플레이주 강세

13일 장외시장 정보제공업체 38커뮤니케이션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디는 지난 8일 주당 2만원에 마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액정표시장치(LCD) 관련 유리식각 업체인 이 회사는 지난달 31일 1만6900원에 장을 마쳤는데 이달 들어 18%가량 오르며 1만9000~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종가는 1만9450원이었다. 지디는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지난달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공모주 청약률이 527 대 1에 이르렀던 와이엠씨도 장외시장 거래가가 지난달 말에 비해 10%가량 올랐다. 와이엠씨는 LCD 패널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만든다. 이 회사는 15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6850원에 거래되던 와이엠씨 장외 주식은 현재 7550원(13일 종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용 소재를 만드는 CS엘쏠라도 1일부터 상승세를 탔다. CS엘쏠라는 8일 사상 최고가인 1만7400원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달 31일(1만5500원)에 비해 12% 상승한 것이다. CS엘쏠라는 9일 상장예심을 통과하고 코스닥시장 입성을 준비 중이다.

지디 와이엠씨 CS엘쏠라는 모두 디스플레이 패널 관련 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업체들의 선전으로 장외시장은 오랜만에 훈풍이 불었다. 38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얼어붙었던 장외시장이 지디 CS엘쏠라 등의 오름세로 모처럼 매수세가 붙었다”며 “최근 상장한 아바텍이 상장 후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아바텍은 이날 공모가(6300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만4350원에 마감했다.

○2013년에도 공급 부족 지속

장외시장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이처럼 강세를 보이는 것은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시발점은 업종 대표기업인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실적이다. 지난달 26일 LG디스플레이가 3분기에 253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8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디스플레이 업황이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확신을 투자자들이 갖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 업황 호조가 4분기뿐 아니라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업황 턴어라운드의 주원인인 공급 부족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LCD패널 업황은 계절적으로 수요가 적은 내년 상반기에 소폭 공급 과잉 상태로 복귀했다가 하반기에는 공급이 수요보다 5~6%가량 부족한 상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TV PC 등 주요 정보기술(IT) 제품이 고해상도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 것도 디스플레이 업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정한섭 SK증권 연구위원은 “패널의 고해상도화가 진행되면서 공급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이 높아져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은지/김동윤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