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들이 똑바로 서 있는 피사의 탑 위를 날고 있다. 하늘은 칠흑처럼 검지만, 탑과 새들은 반짝이고 있다. 시간이 멈춘 듯 시계의 시침은 보이지 않는다. 꿈 같기도 하고, 현실 같기도 한 여기는 어디일까.

사진가 이소영이 창조한 이 세계는 걸리버여행기에 나오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처럼 상상속에 존재한다. 라퓨타가 하늘을 비행했다면, 작가가 만든 세상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곳이다.

피사의 탑은 먼 옛날, 처음 그대로의 모습으로 빛나고 있다. 새들은 작가의 마음을 대신하듯 시간의 벽을 넘어 훨훨 날아가고 있다. 작가가 사진을 중첩해 만든 과거와 현재,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신경훈 편집위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