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농기계 업체인 대동공업의 최대주주에 반기를 들고 경영진 교체 등을 추진하려던 2대주주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박 대표의 기대와 달리 오너 가족이 그에게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지분을 위임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대동공업은 31일 “김상수 회장의 큰딸인 김은좌 씨와 장남 김형철 씨가 박 대표에게 지분을 위임하지 않겠다고 알려왔다”며 “김형철 씨는 현 경영진의 투명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은좌 씨와 김형철 씨는 어머니 박경 씨와 함께 지난 3월 회사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복사 가처분을 신청했고, 박 대표는 이에 동의했었다. 오너 가족 중 일부가 박 대표와 연대해 최대주주 김준식 부회장(김 회장의 막내 아들)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김씨 등은 이후 관련 소송을 자진 취하했으나 최근 박 대표가 같은 내용의 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대동공업 지분 13.63%를 보유한 개인 ‘큰손’인 박 대표는 “김 부회장 등이 회사 자금을 불투명하게 운용한 정황이 있다”며 현 경영진 불신임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하지만 6% 안팎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오너 일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박 대표의 계획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김 부회장(21.17%)은 김 회장 지분(6.05%)을 포함해 27.22%를 들고 있으며, 다른 가족의 지원까지 받게 되면 33%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대동공업 관계자는 “법원도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박 대표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최근 기각했다”며 “대동공업은 한국회계학회가 선정하는 회계 투명성이 높은 상장 기업 47위로 1822개 상장사 중 상위 5%에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 경영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두터운 만큼 내년 주총에서도 충분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 이슈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회계 투명성 문제는 애초에 김은좌 씨가 제기했던 것”이라며 “김씨가 지분 위임을 하지 않으면 단독으로라도 이 문제를 끌고가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