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에서 1위 오비맥주와 2위 하이트진로 간 점유율 격차가 2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
주류업계에선 여름 성수기를 맞아 오비맥주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 데다 지난 8월 오비맥주의 제품 가격 인상을 앞두고 도매상들이 미리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30일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8월 오비맥주의 전체 출고량(수출 포함)은 1168만3000상자로 시장점유율 62.9%를 차지했다. 반면 하이트진로 출고량은 689만8000상자로 점유율 37.1%에 그쳤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맥주가격 인상으로 ‘시장왜곡 현상’이 벌어진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가 먼저 7월 28일 가격을 올리자 도매상들이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이 임박했다고 판단,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에 출고량이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말 하이트진로가 맥주 출고가격을 5.93% 인상하면서 도매상들의 사재기 덕분에 49.6%까지 점유율을 만회, 격차가 0.8%포인트로 좁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8월에는 하이트진로의 사재기 효과가 사라진 데다 오비맥주 도매상들의 사전 물량확보전이 가세해 한 달 만에 점유율 격차를 25.8%포인트까지 벌렸다는 것이다.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가 맥주가격을 올린 지 보름 뒤인 8월17일 카스 OB골든라거 카프리 등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5.89% 올렸다. 카스 병맥주(500㎖ 기준) 출고가는 1021.80원에서 1081.99원으로 60.19원 인상됐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가격 인상에 따른 사재기 효과도 있었지만 카스가 특히 여름에 잘 팔리는 제품이라 격차가 더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점유율 차이는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A대형마트에 따르면 2010년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은 46%였지만, 지난해 39%에 이어 올 들어선 33%까지 줄었다.
앞서 지난해 10월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에 뺏겼던 맥주 1위 자리를 15년 만에 탈환했다. 당시 오비맥주 점유율은 50.22%로 하이트진로(49.78%)를 0.44%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올해 4월 11.2%포인트로 처음 두 자릿수까지 벌어졌다.
주류업계에선 오비맥주의 ‘1위 굳히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맥주·소주 부문 영업력 통합 과정에서 밀린 영업력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영업 노하우가 뛰어난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이 맥주의 ‘신선도’를 강조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도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