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리포트' 에 그리스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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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9명 명단 공개한 잡지 대표는 '영웅'
요즘 그리스 국민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이름 중 하나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다. IMF 총재로서가 아닌 전 프랑스 재무장관으로서다. HSBC은행의 스위스 제네바 지점에 돈을 예치한 그리스 정치인과 기업인 등 2059명의 이름이 담긴 ‘라가르드 리포트’ 때문이다.
라가르드가 해당 문건을 입수한 것은 프랑스 재무장관 재직 시절이던 2009년 말. HSBC은행 직원이 2006년과 2007년 스위스 지점에 보관돼 있던 고객 정보 2만4000여건을 넘기면서다. 고객 정보에 대한 보안이 자국 금융산업의 생명인 스위스 정부가 반발하며 외교적 분쟁으로까지 번졌지만 프랑스 정부는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에도 해당 명단을 넘겼다.
2년 넘게 잊혀졌던 라가르드 리포트는 이달 2일 그리스 연립정부의 일원인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 당수가 리포트 보유 사실을 밝혀 다시 회자됐다. 당시 재무장관이던 베니젤로스가 프랑스로부터 받은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제출된 것인 만큼 법적 조사 자료로 쓸 수 없다”며 명단 내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미뤘다.
하지만 기득권층의 해외 자금 도피 의혹을 덮으려는 의도라며 그리스 국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현지 잡지 ‘핫독’이 최근호에서 명단 전체를 공개했다.
이 잡지 편집장인 코스타스 박세바니스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28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 직후 박세바니스는 “병든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명단을 공개했다”고 밝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역설적으로 라가르드 리포트는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라가르드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IMF 등이 구제기금의 조건으로 제시한 135억유로 추가 긴축안에 대한 그리스 국민들의 불만에 라가르드 리포트가 기름을 부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라가르드가 해당 문건을 입수한 것은 프랑스 재무장관 재직 시절이던 2009년 말. HSBC은행 직원이 2006년과 2007년 스위스 지점에 보관돼 있던 고객 정보 2만4000여건을 넘기면서다. 고객 정보에 대한 보안이 자국 금융산업의 생명인 스위스 정부가 반발하며 외교적 분쟁으로까지 번졌지만 프랑스 정부는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에도 해당 명단을 넘겼다.
2년 넘게 잊혀졌던 라가르드 리포트는 이달 2일 그리스 연립정부의 일원인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 당수가 리포트 보유 사실을 밝혀 다시 회자됐다. 당시 재무장관이던 베니젤로스가 프랑스로부터 받은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제출된 것인 만큼 법적 조사 자료로 쓸 수 없다”며 명단 내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미뤘다.
하지만 기득권층의 해외 자금 도피 의혹을 덮으려는 의도라며 그리스 국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현지 잡지 ‘핫독’이 최근호에서 명단 전체를 공개했다.
이 잡지 편집장인 코스타스 박세바니스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28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 직후 박세바니스는 “병든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명단을 공개했다”고 밝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역설적으로 라가르드 리포트는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라가르드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IMF 등이 구제기금의 조건으로 제시한 135억유로 추가 긴축안에 대한 그리스 국민들의 불만에 라가르드 리포트가 기름을 부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