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4분기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면서 7거래일 연속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9일 증시 전문가들은 현대제철의 3분기 실적이 시장의 낮아진 눈높이에 대체로 부합했으나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대제철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현대제철은 3분기 개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조4063억원, 2314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3%, 19.4%씩 감소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각각 11.8%, 30.7%씩 축소된 규모다.

이 같이 부진한 실적은 원료 투입가격보다 제품가격이 더 크게 떨어졌고, 판매부진이 겹친데다 직원 상여금 지급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탓이다.

증권업계에선 현대제철이 지난 3분기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다소 못 미쳤지만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의 실적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당초 예상치와 시장 컨센서스를 각각 1.7%, 6%씩 하회했지만 차이가 크지 않다"고 전했다.

4분기에도 현대제철의 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철근가격이 4분기에 추가적으로 하락할 전망이고, 판재류의 경우 9월부터 급락한 내수 가격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마진이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현대제철의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현대제철의 4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3조6313억원, 2827억원이다. 이는 3분기 실적 대비 각각 6.4%, 22.6%씩 증가한 규모다.

이종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4분기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2382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3% 개선되는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존사업 부분은 봉형강 성수기 진입에 따른 출하 증가로 영업이익률이 6% 수준으로 개선되겠지만 고로 부문의 경우 t당 4만원 내외의 원료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제품가격 하락폭이 커 영업이익률이 8%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전승훈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판재류의 투입 원가가 급감하고 철강 제품 평균 판매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할 내년 1분기부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다수의 증권사들이 현대제철의 목표주가를 내려잡았다. 하이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종전 10만원에서 9만4000원으로 낮췄다. 이와 함께 현대증권(13만원→11만5000원), 한화증권(12만원→10만원), KBD대우증권(16만5000원→15만원), KTB투자증권(12만원→10만원) 등 증권사들도 현대제철 목표가 하향 조정을 결정했다.

다만 오는 4분기에 보다 낮은 가격의 원재료가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대제철이 4분기부터 원재료 가격 계약을 직전 분기 평균 가격에서 해당분기 평균 가격으로 변경했는데,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더 유리한 상황이다.

또한 현대제철의 현재 주가는 기존 사업가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어 장기 관점에서 가격 매력이 돋보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최문선 연구원은 "당분간 철강 업황은 부진하겠지만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과 내년의 변화를 볼 필요가 있다"며 "내년에는 변화하는 원재료 시장에의 빠른 대응과 현대하이스코 등 그룹사 수요 증가, 9월 3고로 가동 등의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기현 동양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현대제철의 내년 추정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인데 반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7배를 밑돌아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이라며 "추가 하락폭은 제한적일 전망이지만 기대치보다 4분기 이익 수준이 낮아질 전망이란 점 등은 단기적으로 상승 탄력을 받는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현대제철 주가는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내 하락 반전했다. 이날 오전 10시55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400원(0.51%) 떨어진 7만7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