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 덕에 '강남쏘나타'도 잘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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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과 맛있는 만남 -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
"한국선수 응원합니다" 올림픽 때 현수막 걸었듯 우리도 엄연한 한국 기업
1주일에 2~3회 한국어 공부…김치찌개에 밥 한그릇 뚝딱
현대차, 라이벌이자 선생님…공부해보고 싶은 기업
"한국선수 응원합니다" 올림픽 때 현수막 걸었듯 우리도 엄연한 한국 기업
1주일에 2~3회 한국어 공부…김치찌개에 밥 한그릇 뚝딱
현대차, 라이벌이자 선생님…공부해보고 싶은 기업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52)에게 붙인 수식어가 몇 개 있다. ‘지한파’ ‘소녀시대 팬’ ‘소주 애호가’ ‘유쾌한 남자’….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며, 김치찌개에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영락없는 한국 남자다.
그럼에도 나카바야시 사장에게 ‘맛있는 만남’을 제의하는 것은 조심스러웠다. 독도 영유권 분쟁 등으로 한·일 관계가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인터뷰에 나오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카바야시 사장은 제의를 선뜻 받아들였다.
지난 4일 저녁 서울 역삼동 한국도요타 본사 뒤편에 있는 새마을 식당(역삼GS점)에서 그를 만났다. 먼저 제의를 수락한 이유를 물었다. “당연합니다. 한국도요타는 엄연한 한국 기업이고 한국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오히려 제겐 반가운 제안이었어요.”
나카바야시 사장은 1주일에 서너 번 이 식당을 찾는다. “질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여기 소금구이와 김치찌개는 매일 먹고 싶을 정도입니다. 시끄러운 장터 같은 분위기가 편하고 좋아요.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휩쓸려 소주 한잔 기울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요.”
○“‘강남쏘나타’ 부활은 싸이 덕분”
나카바야시 사장은 새마을 식당의 △소금구이 △열탄불고기 △김치찌개 △멸치국수로 이어지는 메뉴를 ‘나카바야시 코스’라고 불렀다. 이 코스는 한국도요타 직원들도 즐겨 먹는다. 한국을 찾는 도요타 본사 관계자들도 한 번씩 맛봤을 정도다. 나카바야시 사장이 오면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종업원이 알아서 음식을 차례대로 내온다.
굵은 소금을 뿌린 삼겹살을 불판에 올려 놓은 뒤 한국도요타의 요즘 상황을 물었다. “지난달 출시한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준대형 세단 ‘ES’가 인기몰이 중입니다. 지난달 신규 등록대수 309대를 기록해 베스트셀링카 6위에 올랐죠.”
인기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강남스타일이잖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강남쏘나타(주로 강남에서 많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렉서스 ES 모델의 별칭)의 부활이죠. 싸이의 강남스타일 신드롬이 강남쏘나타까지 퍼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핀들 그릴’을 적용한 새 모델이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올초 사내행사에 가수 싸이를 부른 적이 있어요. 그때 모델로 계약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웃음)”
한국도요타는 한국 연예인을 모델로 적극 기용한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가 해외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본사에서 만든 TV CF나 광고를 활용하는 것과 다르다. 준중형 세단 ‘코롤라’ 모델에 탤런트 구혜선, 중형 세단 ‘캠리’에는 김태희를 발탁한 데 이어 렉서스 ‘ES’ 모델로 배우 장동건을 기용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장동건 씨는 출시 행사 때 옆에 서서 사진을 찍기가 싫을 정도로 잘 생겼고 멋있더군요.”
나카바야시 사장은 렉서스 ES 하이브리드를 탄다. 한국도요타는 국내에서 ‘프리우스’와 ‘캠리 하이브리드’ 등 하이브리드 모델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한국에는 도요타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모두 들여오고 싶어요. 코롤라와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출시를 검토 중입니다.”
○“한국도요타는 한국 기업, 한국을 응원한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바쁜 시간을 쪼개 1주일에 2~3회한국어 공부를 한다. 운전기사와 비서, 한국인 개인교사 등 세 명이 선생님이다. 1년6개월 동안 공부한 덕에 웬만한 한국어는 다 알아 듣는다. 신차 출시 행사 때마다 한국어로 인사말을 한다. 서툴렀던 발음도 제법 능숙해졌다.
이런 나카바야시 사장이 이끄는 한국도요타가 ‘한국 편’인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럽다. 지난 8월에는 한국도요타가 진행한 런던 올림픽 마케팅이 화제를 모았다. 전국 14개 전시장에 ‘한국 선수들을 응원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나카바야시 사장의 아이디어였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을 응원하지만 한국도요타 사장으로서는 한국을 응원해야죠. 한국에서 한국인 고객을 위해 일하고 있고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내기 때문에 엄연한 한국 기업입니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있을 때도 지금처럼 한국을 응원할 것입니다. 피겨스케이팅에서도 아사다 마오보다 김연아를 응원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일 관계 성숙해지면 반일감정 사라질 것”
몇 차례 불판을 바꿔가며 소금구이로 배를 채웠다. 이어 열탄불고기가 김치찌개, 공기밥과 함께 올라왔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3년째 한국도요타 수장으로 일한 소감을 들었다.
“한국도요타 사장으로 오자마자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가 터졌고 지난해 일본 대지진을 겪으면서 어려움이 많았죠. 3년간 한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느낀 것은 기업가 정신을 잊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기업가 정신으로 중심을 잡지 않으면 휩쓸리게 됩니다. 비즈니스맨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현지 사람들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해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따른 한국 내 반일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반일감정은 한·일 관계가 성숙해지면 점차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 기업이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라이벌은 미국과 중국입니다. 인구 1억5000만명의 일본과 5000만명인 한국에는 인구 규모에 비해 글로벌 기업이 많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끼리 피 터지게 싸우는 것은 손해죠. 경제 협력과 기업 교류를 통해 동반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해저터널을 뚫어 KTX와 신칸센을 연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7시간이면 한국과 일본을 오갈 수 있고 하나의 경제권이 형성될 것입니다.”
○“현대차는 라이벌이자 선생님”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오후 아홉시를 가리켰다. 약속했던 두 시간이 지난 것이다. 마지막으로 멸치국수가 나왔다. 후룩후룩 소리를 내며 국수를 먹는 나카바야시 사장에게 현대차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합리적 가격에 좋은 車로 수입차 1위 목표"
‘세계 무대에서는 라이벌, 한국에선 선생님’이라고 대답했다. “현대차는 깊이 공부해보고 싶은 기업입니다.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대차를 잘 알아야 하죠.”
그는 현대차의 준중형 세단 ‘아반떼’를 극찬했다. 디자인이 멋지고 전체적으로 스타일이 잘 나왔다는 것이다. 쏘나타와 그랜저도 좋은 차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현대차의 급성장 비결을 궁금해 합니다. 현대차는 속도가 빠른 게 강점이죠. 미국과 유럽이 200년 걸린 일을 일본이 60년 동안 따라잡았고 한국은 30년 만에 해냈어요. 지금은 미국, 일본, 한국이 비슷한 출발선상에 섰습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인 셈이죠.”
○“독일 브랜드 넘어 수입차 1위 되찾는 게 목표”
올해 한국도요타는 1만6000대 판매 목표를 세웠다. 렉서스 신형 ES는 출시 한 달 만에 1000여대가 팔렸다. 당초 목표치의 두 배다. 지금 주문해도 가솔린 모델은 다음달, 하이브리드는 오는 12월이 지나야 받을 수 있다. 다음달 초에는 중형급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인 ‘벤자’를 내놓는다.
한국도요타가 이렇게 신차 출시 공세를 펴고 있지만 나카바야시 사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도요타 1만대, 렉서스 6000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는데 지금 추세라면 달성이 힘듭니다. 올해 적자에서 벗어날지도 불투명하죠. 그래도 판매대수보다 고객과의 관계를 두텁게 하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1~2년 장사하고 말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죠.”
허리가 좋지 않은 나카바야시 사장은 두 시간 이상 앉아 있는 것을 힘들어 했다. 아침마다 줄넘기를 하고 병원에서 침을 맞지만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다고 한다. 수시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고 주말이면 지방 딜러를 돌아보는 강행군을 3년째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을 나와 밤공기를 쐬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를 태우러 렉서스 ES 하이브리드가 다가왔다. 나카바야시 사장이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앞으로도 좋은 차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것입니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이 최대 20%까지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중장기적으로 3만대, 최대 5만대 이상 판매하는 한국 최대 수입차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예요. 지금 대세인 독일 브랜드를 다시 넘어설 것입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켜봐주세요.”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의 단골집 새마을식당 열탄불고기·7분 김치찌개 대표 메뉴
한국의 대표적 음식인 불고기를 주메뉴로 하는 프랜차이즈 식당. 지하철 2호선 역삼역에서 GS타워 뒷골목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한국도요타 본사가 있는 SI타워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얇게 썰어낸 돼지고기를 찹쌀 고추장으로 만든 매콤한 소스에 버무려 숯불에 구워 먹는 열탄불고기가 인기 메뉴다. 고추장 덕분에 돼지고기 냄새가 나지 않고 불고기 소스의 달콤함까지 합쳐지면서 감칠맛을 낸다. 돼지 목살 생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내놓는 소금구이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고기가 다 구워질 때쯤 ‘7분 돼지 김치찌개’를 주문하면 금상첨화다. 7분 타이머가 울리면 직원이 고기와 김치를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준다. 큼직한 돼지고기에서 우러나온 진한 육수와 맛있게 익은 김치가 한데 어우러져 얼큰한 맛을 낸다. 찌개 국물을 조금 넣고 짭짤하게 소금을 뿌린 김가루를 하얀 쌀밥에 뿌려 비벼 먹으면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울 수 있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멸치국수로 마무리하면 된다.
열탄불고기와 소금구이는 1인분에 8000원. 김치찌개는 5000원, 멸치국수는 3000원이다. 평일은 오전 11시~새벽 6시, 토요일은 오전 11시~오후 11시50분까지 영업한다. (02)568-4942
최진석/전예진 기자 iskra@hankyung.com
그럼에도 나카바야시 사장에게 ‘맛있는 만남’을 제의하는 것은 조심스러웠다. 독도 영유권 분쟁 등으로 한·일 관계가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인터뷰에 나오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카바야시 사장은 제의를 선뜻 받아들였다.
지난 4일 저녁 서울 역삼동 한국도요타 본사 뒤편에 있는 새마을 식당(역삼GS점)에서 그를 만났다. 먼저 제의를 수락한 이유를 물었다. “당연합니다. 한국도요타는 엄연한 한국 기업이고 한국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오히려 제겐 반가운 제안이었어요.”
나카바야시 사장은 1주일에 서너 번 이 식당을 찾는다. “질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여기 소금구이와 김치찌개는 매일 먹고 싶을 정도입니다. 시끄러운 장터 같은 분위기가 편하고 좋아요.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휩쓸려 소주 한잔 기울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요.”
○“‘강남쏘나타’ 부활은 싸이 덕분”
나카바야시 사장은 새마을 식당의 △소금구이 △열탄불고기 △김치찌개 △멸치국수로 이어지는 메뉴를 ‘나카바야시 코스’라고 불렀다. 이 코스는 한국도요타 직원들도 즐겨 먹는다. 한국을 찾는 도요타 본사 관계자들도 한 번씩 맛봤을 정도다. 나카바야시 사장이 오면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종업원이 알아서 음식을 차례대로 내온다.
굵은 소금을 뿌린 삼겹살을 불판에 올려 놓은 뒤 한국도요타의 요즘 상황을 물었다. “지난달 출시한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준대형 세단 ‘ES’가 인기몰이 중입니다. 지난달 신규 등록대수 309대를 기록해 베스트셀링카 6위에 올랐죠.”
인기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강남스타일이잖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강남쏘나타(주로 강남에서 많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렉서스 ES 모델의 별칭)의 부활이죠. 싸이의 강남스타일 신드롬이 강남쏘나타까지 퍼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핀들 그릴’을 적용한 새 모델이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올초 사내행사에 가수 싸이를 부른 적이 있어요. 그때 모델로 계약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웃음)”
한국도요타는 한국 연예인을 모델로 적극 기용한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가 해외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본사에서 만든 TV CF나 광고를 활용하는 것과 다르다. 준중형 세단 ‘코롤라’ 모델에 탤런트 구혜선, 중형 세단 ‘캠리’에는 김태희를 발탁한 데 이어 렉서스 ‘ES’ 모델로 배우 장동건을 기용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장동건 씨는 출시 행사 때 옆에 서서 사진을 찍기가 싫을 정도로 잘 생겼고 멋있더군요.”
나카바야시 사장은 렉서스 ES 하이브리드를 탄다. 한국도요타는 국내에서 ‘프리우스’와 ‘캠리 하이브리드’ 등 하이브리드 모델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한국에는 도요타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모두 들여오고 싶어요. 코롤라와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출시를 검토 중입니다.”
○“한국도요타는 한국 기업, 한국을 응원한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바쁜 시간을 쪼개 1주일에 2~3회한국어 공부를 한다. 운전기사와 비서, 한국인 개인교사 등 세 명이 선생님이다. 1년6개월 동안 공부한 덕에 웬만한 한국어는 다 알아 듣는다. 신차 출시 행사 때마다 한국어로 인사말을 한다. 서툴렀던 발음도 제법 능숙해졌다.
이런 나카바야시 사장이 이끄는 한국도요타가 ‘한국 편’인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럽다. 지난 8월에는 한국도요타가 진행한 런던 올림픽 마케팅이 화제를 모았다. 전국 14개 전시장에 ‘한국 선수들을 응원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나카바야시 사장의 아이디어였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을 응원하지만 한국도요타 사장으로서는 한국을 응원해야죠. 한국에서 한국인 고객을 위해 일하고 있고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내기 때문에 엄연한 한국 기업입니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있을 때도 지금처럼 한국을 응원할 것입니다. 피겨스케이팅에서도 아사다 마오보다 김연아를 응원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일 관계 성숙해지면 반일감정 사라질 것”
몇 차례 불판을 바꿔가며 소금구이로 배를 채웠다. 이어 열탄불고기가 김치찌개, 공기밥과 함께 올라왔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3년째 한국도요타 수장으로 일한 소감을 들었다.
“한국도요타 사장으로 오자마자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가 터졌고 지난해 일본 대지진을 겪으면서 어려움이 많았죠. 3년간 한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느낀 것은 기업가 정신을 잊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기업가 정신으로 중심을 잡지 않으면 휩쓸리게 됩니다. 비즈니스맨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현지 사람들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해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따른 한국 내 반일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반일감정은 한·일 관계가 성숙해지면 점차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 기업이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라이벌은 미국과 중국입니다. 인구 1억5000만명의 일본과 5000만명인 한국에는 인구 규모에 비해 글로벌 기업이 많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끼리 피 터지게 싸우는 것은 손해죠. 경제 협력과 기업 교류를 통해 동반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해저터널을 뚫어 KTX와 신칸센을 연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7시간이면 한국과 일본을 오갈 수 있고 하나의 경제권이 형성될 것입니다.”
○“현대차는 라이벌이자 선생님”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오후 아홉시를 가리켰다. 약속했던 두 시간이 지난 것이다. 마지막으로 멸치국수가 나왔다. 후룩후룩 소리를 내며 국수를 먹는 나카바야시 사장에게 현대차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합리적 가격에 좋은 車로 수입차 1위 목표"
‘세계 무대에서는 라이벌, 한국에선 선생님’이라고 대답했다. “현대차는 깊이 공부해보고 싶은 기업입니다.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대차를 잘 알아야 하죠.”
그는 현대차의 준중형 세단 ‘아반떼’를 극찬했다. 디자인이 멋지고 전체적으로 스타일이 잘 나왔다는 것이다. 쏘나타와 그랜저도 좋은 차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현대차의 급성장 비결을 궁금해 합니다. 현대차는 속도가 빠른 게 강점이죠. 미국과 유럽이 200년 걸린 일을 일본이 60년 동안 따라잡았고 한국은 30년 만에 해냈어요. 지금은 미국, 일본, 한국이 비슷한 출발선상에 섰습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인 셈이죠.”
○“독일 브랜드 넘어 수입차 1위 되찾는 게 목표”
올해 한국도요타는 1만6000대 판매 목표를 세웠다. 렉서스 신형 ES는 출시 한 달 만에 1000여대가 팔렸다. 당초 목표치의 두 배다. 지금 주문해도 가솔린 모델은 다음달, 하이브리드는 오는 12월이 지나야 받을 수 있다. 다음달 초에는 중형급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인 ‘벤자’를 내놓는다.
한국도요타가 이렇게 신차 출시 공세를 펴고 있지만 나카바야시 사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도요타 1만대, 렉서스 6000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는데 지금 추세라면 달성이 힘듭니다. 올해 적자에서 벗어날지도 불투명하죠. 그래도 판매대수보다 고객과의 관계를 두텁게 하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1~2년 장사하고 말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죠.”
허리가 좋지 않은 나카바야시 사장은 두 시간 이상 앉아 있는 것을 힘들어 했다. 아침마다 줄넘기를 하고 병원에서 침을 맞지만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다고 한다. 수시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고 주말이면 지방 딜러를 돌아보는 강행군을 3년째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을 나와 밤공기를 쐬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를 태우러 렉서스 ES 하이브리드가 다가왔다. 나카바야시 사장이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앞으로도 좋은 차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것입니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이 최대 20%까지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중장기적으로 3만대, 최대 5만대 이상 판매하는 한국 최대 수입차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예요. 지금 대세인 독일 브랜드를 다시 넘어설 것입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켜봐주세요.”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의 단골집 새마을식당 열탄불고기·7분 김치찌개 대표 메뉴
한국의 대표적 음식인 불고기를 주메뉴로 하는 프랜차이즈 식당. 지하철 2호선 역삼역에서 GS타워 뒷골목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한국도요타 본사가 있는 SI타워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얇게 썰어낸 돼지고기를 찹쌀 고추장으로 만든 매콤한 소스에 버무려 숯불에 구워 먹는 열탄불고기가 인기 메뉴다. 고추장 덕분에 돼지고기 냄새가 나지 않고 불고기 소스의 달콤함까지 합쳐지면서 감칠맛을 낸다. 돼지 목살 생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내놓는 소금구이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고기가 다 구워질 때쯤 ‘7분 돼지 김치찌개’를 주문하면 금상첨화다. 7분 타이머가 울리면 직원이 고기와 김치를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준다. 큼직한 돼지고기에서 우러나온 진한 육수와 맛있게 익은 김치가 한데 어우러져 얼큰한 맛을 낸다. 찌개 국물을 조금 넣고 짭짤하게 소금을 뿌린 김가루를 하얀 쌀밥에 뿌려 비벼 먹으면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울 수 있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멸치국수로 마무리하면 된다.
열탄불고기와 소금구이는 1인분에 8000원. 김치찌개는 5000원, 멸치국수는 3000원이다. 평일은 오전 11시~새벽 6시, 토요일은 오전 11시~오후 11시50분까지 영업한다. (02)568-4942
최진석/전예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