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26일 오전 6시23분

“회사채 투자는 이제 넌더리가 납니다. 위험은 위험대로 떠안으면서도 국고채에 비해 추가로 챙길 수 있는 금리가 지나치게 적으니까요.”(A보험사 회사채 운용역)

회사채 시장의 큰손인 금융회사들이 회사채 투자에 인내심을 잃고 있다. 그동안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더 위험하거나 만기가 긴 회사채를 매수해 왔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쳐서다. 낮은 국고채 금리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회사채로 몰려들며 시장 ‘과열’을 가져온 결과다. 실수요자들은 결국 금리가 다시 튀어 오를 때까지 기다리자는 관망세로 돌아섰다. 회사채 금리가 현 수준에서 더 하락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회사채 공격적 매수 줄어

26일 채권평가사들에 따르면 국내 회사채 유통금리는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완만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회사채 공급 물량(순발행)이 줄었음에도 경쟁적인 매수 분위기가 식어버렸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A’등급 회사채(이하 3년물 기준) 금리는 이날 연 3.50%를 나타냈다. 기준금리 인하 직전일인 지난 10일(연3.45%)에 비해 0.005%포인트 상승했다. 8월 말 0.67%포인트까지 좁혀졌던 국고채 금리와의 격차(신용스프레드)도 0.72%포인트로 확대됐다.

회사채 금리가 야금야금 오르는 것은 금리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작다는 인식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 불황으로 A급 이하 기업의 신용위험이 커지면서 이들 기업의 회사채를 기피하는 심리도 반영됐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 탓에 신용위험에 비해 투자메리트가 있는 일부 회사채에만 선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국고채 금리 급락은 목표수익률을 채워야 하는 기관투자가들을 회사채시장으로 몰았다.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기대까지 가세하면서 A등급 회사채 금리는 6개월 전 국고채 금리 수준까지 내려갔다가 하락을 멈춘 상태다.

○차라리 해외 부동산 투자를…

회사채 금리의 밑바탕이 되는 국고채에 대한 투기적 수요도 한풀 꺾였다. 미국 등 선진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내놓은 초저금리 유지 ‘약속’이 언제까지 지켜질 수는 없다는 인식이 많아진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마무리됐던 2005년에도 큰 손실을 본 경험이 있다. 2002~2004년 당시로선 사상 최저였던 금리가 빠른 속도로 되돌려진 탓이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가 장기간 지속될수록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혁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이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내년 이후 채권 투자 성과는 상당히 나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동준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은 “이런 전망을 반영해 연기금과 보험사 등 최종적인 회사채 수요자들이 국내 회사채 투자 대신 해외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체투자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