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맹목적인 日배우기 경계해야"
“일본과 한국의 시장구조와 금융정책은 확연히 다릅니다.”

이누카이 시게히토 와세다대 교수(사진)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여의도에 불고 있는 ‘일본 학습 열풍’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아세안+3 채권시장포럼(ABMF)’ 사전 논의를 위해 방한한 그는 “일본의 가계 금융자산은 1500조엔에 이르고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중은 20%에도 못 미친다”며 “한국은 금융부채 비중이 40%를 웃돌아 일본 개인투자자들에 비해 금융상품에 투자할 여력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증권업계가 소매(리테일)시장 공략을 주요 생존전략으로 내세웠지만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누카이 교수는 “일본 정부는 증권업계 발전이 국가 전반적인 경쟁력 향상과 직결된다는 판단에서 정책적으로 증권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로 증권사들이 판매할 수 있는 금융상품의 종류를 늘리고 판매 창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라는 측면에서는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시장구조 등이 다르다”며 “일본을 따라하기보다는 나름의 여건에 맞는 생존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누카이 교수는 “한국 증권사들은 비용 절감 등을 위해 해외 점포를 폐쇄하는 추세라고 들었는데 다른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