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예상치에 부합하는 성적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는 조선업황 부진을 반영해 미리 증권가의 눈높이가 낮춰진 덕이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뚜렷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전날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으로 직전 분기 대비 35.1% 감소한 593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014억원이었다.

조선 및 기계 부문은 수익성 악화 기조가 이어졌지만 자회사 현대오일뱅크가 흑자 전환에 성공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염동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당초 추정치를 밑돌았지만 시장 예상치를 만족시키는 수준이었다"며 "조선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저마진 물량 비중 증가와 삼호중공업 리세일 손실 발생 여파로 5.0%에 그쳤다"고 풀이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의 실적 부진이 3분기에서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신규 수주 실적이 부진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가에 수주한 물량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고 있어 단기간에 수익성을 회복歐�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에 실적 회복이 힘들 전망이고 올해 연간 수주목표(305억달러)도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며 "현재 현대중공업의 핵심 부문인 조선, 해양, 육상플랜트 부문 수주액은 총 104억달러로 연간 목표 193억달러의 53.7%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전사 수주 목표인 305억달러 달성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강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사태 이후 수주한 선박의 투입비중이 최고치에 달하는 내년 2분기부터 현대중공업이 실적 감소에 대한 하방 경직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HMC투자증권은 조선업황 부진을 반영해 현대중공업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3조970억원에서 2조8710억원으로 낮췄고, 내년 전망치 역시 3조9520억원에서 3조8330억원으로 내려잡았다.

염동은 연구원은 "현재 조선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년 조선업 수주 전망도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다만 업황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지만 단기적으로 주가 방향성은 신규 수주에 달려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강록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현재 에지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아랍에미리트(UAE) 플랫폼, 나이지리아 브라스 LNG 플랜트 등 건당 2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며 "연말 수주 여부가 주가 상승의 열쇠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