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평화봉사단원으로 방한
서울시 상대 '한옥소송'서 승소도
‘파란 눈의 한옥 지킴이’ 피터 바톨로뮤 영국 왕립아시아학회 이사(사진)는 세종문화상 수상 소감을 한옥에 대한 애정으로 대신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5일 제31회 세종문화상 수상자로 바톨로뮤 이사 등 6명을 선정했다. 한국문화 부문에서 수상한 바톨로뮤 이사는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한옥을 보존하고 한옥의 가치를 지키고 알리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가 한국에 온 것은 1968년. 미국 정부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을 처음 찾은 그의 첫 거주지는 강릉 선교장(강릉 운정동 소재 99칸의 개인 소유 한옥·중요민속자료 5호)이었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옛 건물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선교장이 있는 강릉을 찾게 됐지요. 당시 주인 할머니께 말씀드려 4년10개월을 선교장에서 살았지요. 그때부터 한옥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1972년 말 서울로 올라와 아파트 생활을 하게 된 바톨로뮤 이사. “정확히 열 달을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미치겠더군요, 하하. 흙을 밟을 수 있는 마당도 없고 너무 답답해서 지금 살고 있는 동소문동으로 이사왔지요.”
이후 39년째 성북구 동소문동 한옥에 거주해온 바톨로뮤 이사는 2008년 주민들과 함께 서울시를 상대로 ‘재개발구역 지정 취소소송’을 내면서 ‘한옥 지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동네에 한옥이 40채 정도 있었어요. 서울시에서 이 지역을 재개발하겠다고 해 뜻있는 주민들과 함께 소송을 냈지요. 결국 2009년 법원에서 우리 손을 들어줘 한옥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서울시에서는 재개발을 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해양·조선 관련 컨설팅회사인 IRC 부사장인 바톨로뮤 이사는 2008년부터 3년간 왕립아시아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학회 이사로서 1년에 8~10회 전국 각지의 문화유산 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한옥 관련 초청 강연도 하고 있다.
한편 바톨로뮤 이사 외에 학술 부문에서 백제어 연구를 개척하고 한국지명학회를 창립한 도수희 충남대 명예교수가 세종문화상을 수상했으며, 예술 부문은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인 장한나 씨, 국제협력·봉사 부문은 가수 김장훈 씨가 받았다. 문화다양성 부문에서는 방글라데시 출신 감독이자 배우인 마붑 알엄이, 특별상 부문에서는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가 수상했다. 시상식은 오는 2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