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계약 체결 이후 한층 가까워진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정상 간 신뢰 관계는 유전 개발 분야의 협력으로 이어졌다.

2009년 말 UAE 원전 계약을 맺고 귀국한 이 대통령은 며칠 뒤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을 불러 “UAE 유전 사업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UAE 유전 개발 사업엔 1930~40년대 미국 영국 프랑스가 참여했고, 1970년대 일본 등 극소수의 메이저 회사들만 참여할 정도로 폐쇄적이었다. 한국이 유전 개발에 참여한다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석유 ‘프리미어 리그’에 합류하는 것이었다.

바로 미래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처음 UAE 측 실무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유전 개발 경험이 없는 한국에 개발권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협상의 실타래는 2010년 5월 모하메드 왕세자가 방한하면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화학·조선·반도체 공장을 지을 때 아무것도 없었다. 황무지에서 산업화에 성공했다”며 “유전 개발도 잘할 수 있다”고 왕세자를 설득했다.

UAE 측 핵심 인사들에 대한 물밑 작업도 활발히 벌였다. 곽승준의 회고. “대통령 친서를 들고 10번 가까이 UAE를 방문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UAE 고위 인사들과 함께 스키장을 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두 번째 UAE 방문을 두 달여 앞둔 2011년 1월 곽 위원장은 모하메드 왕세자로부터 “나는 한국을 친구로 생각한다”는 말을 듣는다. 이 말 한마디로 UAE 유전 개발 계약은 성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2011년 3월13일 한국석유공사와 아부다비석유공사는 이 대통령과 칼리파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석유가스분야 협력개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어 올 3월엔 한국컨소시엄(한국석유공사 GS에너지)과 아부다비석유공사가 3개의 미개발 유전광구 개발 본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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