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SCI) 조사는 올해 21년째를 맞았다. 현재 100여개 산업의 350여개 기업을 고객만족도 평가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산업별로 매년 고객만족도 순위 및 점수를 매기고 있다. 산업에 따라서는 한 기업이 1위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독주하기도 하며, 전통적 강자가 신규 기업에 선두를 내어주고 쇠락하는 경우도 있다. 매년 1위가 바뀌다시피하는 경쟁이 치열한 산업도 존재한다.

내구재 부문에서 세탁기, 냉장고, 가정용 복합기 등 가전산업은 ‘삼성전자와 타사의 경쟁’ 구도를 보이고 있다. 냉장고(삼성 8회, LG 6회), 세탁기(삼성 10회, LG 6회)와 복합기(삼성 8회, HP 5회) 산업의 경쟁이 치열하다. 타이어(금호 9회, 한국 6회), 부엌가구(에넥스 7회, 한샘 6회) 산업에서는 전통의 두 경쟁사 간 선두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일반승용차(현대자동차), 이동전화단말기PC(삼성전자), 가정용보일러(린나이), 복사기(후지제록스), 전기밥솥(쿠쿠), 피아노(영창악기) 산업은 선두 기업의 장기간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재에서 1위 독주 기업은 CJ라이온(세탁세제), 금강제화(정장구두), 신영와코루(여성 내의), 동원F&B(참치캔), 제일모직(남성 정장), 유한킴벌리(화장지) 등 총 6개다. 이렇다 할 선도 기업을 찾을 수 없는 산업도 있다. 소주 산업의 진로, 금복주, 두산과 비스킷 산업의 오리온, 크라운, 해태, 롯데 등은 1위를 번갈아가며 접전을 벌이고 있다. 소비재 산업은 주로 제품 간 차이가 별로 없는 저관여 산업으로 이뤄져 있어 타사 전환 의향이 쉽다. 고객만족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우유산업은 과거 만족도가 높았던 파스퇴르의 하향세를 틈타 서울우유가 맹추격하고 있다.

서비스업은 자동차보험(삼성화재)과 대형서점(교보문고), 종합레저시설(에버랜드)의 독주가 눈에 띈다, 생명보험(삼성생명), 편의점(GS25), 유선전화(KT), 이동전화(SK텔레콤), 종합병원(삼성서울병원), 항공서비스(아시아나항공), 주유소(SK에너지), 콘도미니엄(대명리조트)의 선두 기업이 10회 이상 1위를 거두고 있다. 고속버스의 금호고속, 대형마트의 이마트 등도 두각을 나타나고 있다. 택배서비스(대한통운 7회, 우체국택배 6회), 학습지(교원 7회, 대교 6회), 패밀리레스토랑(빕스 3회, 아웃백 3회), 커피전문점(엔제리너스 3회, 커피빈 3회) 산업은 접전 양상이다. 은행(KB국민은행), 백화점(신세계백화점), 피자전문점(미스터피자) 산업에서는 신규 강자가 점점 산업 내 고객만족 경영의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공공서비스 부문에서는 우정사업본부가 14년간 독주하고 있다. 지하철 산업은 순위 바꿈이 잦다.

고객에게 선택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기업 환경에서 고객만족도는 기업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KCSI 관계자는 “고객의 욕구는 날로 변하고 기업에 대한 기대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맞춰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만이 고객만족을 놓고 벌이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


◆KCSI 기업별 역대 1위 횟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