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이 집권시 정책방향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것들이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대선표를 겨냥해 선명성 경쟁에 치중하면서 원칙과 실효성을 충분히 따져보지 않은 채 공약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3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경제연구원 등의 도움을 얻어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 경제민주화 정책은 물론 일자리 공약과 중소기업·소상공인·서민 지원 공약에서 시장원리에 위배되는 것들이 적지 않았다.

일자리 공약 중에선 ‘청년의무고용제’가 대표적이다. 높은 청년 실업률 해소를 위해 공기업은 물론 민간 대기업에도 청년고용을 의무화한다는 것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청년고용의무할당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청년고용특별조치법’을 제정해 공기업에는 5년간 정원의 3% 이상을 매년 청년층으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자리는 헌법상 정부의 의무가 아니며 정부가 민간에 일자리를 만들라고 강제해서도 안되는 일”(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이라는 지적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등 세 후보가 모두 내놓고 있는 정년연장 법제화도 마찬가지다. 정년연장을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으로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기업의 사적 계약 영역을 정부가 강제하려고 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며 “정년연장은 맞는 방향이지만 법적 강제가 아닌 인센티브로 유도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 규제도 대표적인 반(反) 시장 공약으로 분류된다. 박 후보와 안 후보가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 규제’라는 원론만 제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문 후보는 대형마트 입점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고 영업시간은 물론 영업품목까지 제한하겠다는 구체적 공약을 내놓았다.

전원책 자유경제원장은 “과거 김대중 정부 때도 동네 가게를 보호한다며 백화점 셔틀버스를 법으로 없앤 후 애꿎은 버스기사 3000명만 일자리를 잃은 반면 재래시장 매출이 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추진 중인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도 정부가 민간기업의 경영을 감시하겠다는 것으로 시장원리에 맞선 공약이다. 문 후보가 서민을 보호하겠다며 발표한 ‘대부업 이자율 상한제 도입’도 시장원리를 무시한 공약으로 지적된다. 현재 연 39%인 대부업 이자율 상한을 25%로 낮추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시행되면 원가를 맞추지 못한 대부업체들이 사업을 접고, 규제를 피하기 위한 불법 사채시장만 키울 공산이 크다. 결국 저신용 서민들은 불법 사채시장에서 고리 사채를 써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