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까지 브라질에 34억유로(약 4조9000억원)를 투자하겠다.”(마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

“GM과 푸조 시트로앵이 합작한 4종의 소형차를 브라질 시장에 선보이겠다.”(댄 애커슨 GM 회장)

“내년엔 새로운 소형차를, 2015년에는 어큐라 브랜드를 들여오겠다.”(이토 다카노부 혼다 CEO)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략차종 HB 라인업으로 세계 경제의 축인 브라질 시장을 공략하겠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세계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브라질 공략을 선언했다. 이들은 23일(현지시간) ‘2012 상파울루 모터쇼’ 언론공개 행사에 참석해 앞다퉈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어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자동차 업체들은 유럽 재정위기, 중국과 인도의 성장세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브라질을 생산거점으로 만들고 남미지역 자동차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막오른 브라질 ‘혈전’

신규 투자로 브라질 자동차 시장은 치열한 순위 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현재 피아트, 폭스바겐, GM 등 3개 업체가 70%에 달하는 점유율을 갖고 있다. 시장점유율 20%로 2위인 폭스바겐은 2016년까지 브라질 공장에 34억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3위인 GM은 푸조 시트로앵 그룹(PSA)과 손잡고 이달 말까지 차량과 파워 트레인 공급 등 세부 협력사항을 발표한다. 경기침체로 고전하는 유럽 대신 신흥시장에서 먹거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2월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GM과 PSA는 신차, 신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부품 구매, 물류 서비스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10위권 업체들의 싸움도 치열하다. 혼다는 2015년 브라질에 어큐라 브랜드를 들여온다. 도요타도 엔고를 피하기 위해 브라질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다. 상파울루에 코롤라 생산 공장을 보유한 도요타는 에티오스 생산 공장을 준공했고 10억헤알(약 5500억원)을 투자해 7만대 규모의 엔진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인 BMW도 브라질 고급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10억헤알(약 5500억원)을 투자해 브라질 남부 산타카타리나 주 아라콰리에 공장을 세우고 소형차 브랜드인 ‘BMW 미니’를 포함한 5종의 새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 2015년 5위권 목표

현대차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브라질 전략차종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날 모터쇼에 참석해 소형 해치백 ‘HB20’과 크로스오버 ‘HB20X’를 소개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브라질 노동당 마르코 마이아 하원의장을 서울로 초청하는 등 브라질 정부 관계자와 인맥을 쌓고 공을 들여왔다. 지난달 브라질 판매량이 전년 대비 7% 이상 감소하자 시장을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공장이 본격 가동하는 2015년, 브라질에서 5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지난해는 대지진으로 부진한 일본 업체를 따돌리고 11만2000대를 판매해 6위에 올랐다가 올해 들어 판매실적이 감소했다. 올 1~8월 6만1000대를 판매해 혼다(8만8000대), 닛산(8만대)에 이어 8위다. 현대차는 브라질 공장 양산시기를 2개월 앞당기고 현지 물량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지난달부터 상파울루 피라시카바에 위치한 브라질 공장을 가동하고 HB20을 1200여대 판매했다. 올해는 2만대가량을 현지에서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수입 판매했던 11만대에 현지 생산 15만대를 더하면 연간 판매 규모를 25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내년부터 HB20X 등 전략차종을 투입해 현지 생산이 본격화되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