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기업금융' 부서 꺼리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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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부도 늘며 야근 일쑤
젊은 행원들 기피 사례 늘어
부실 책임에 퇴직금 못받기도
우리銀, 본부장 계약직 전환
젊은 행원들 기피 사례 늘어
부실 책임에 퇴직금 못받기도
우리銀, 본부장 계약직 전환
#1. A은행 5년차인 김모씨(33)는 얼마 전 기업금융 관련 부서에 지원하라는 선배의 조언에 딱 잘라 ‘싫다’고 말했다. 김씨는 “은행 본점에서 가장 늦게까지 불이 안 꺼지는 곳이 기업 관련 부서”라며 “예전처럼 기업에 접대받으며 편하게 영업하는 것도 아니고, 경기도 나빠져 까딱하면 돈 떼이기 십상인데 뭣하러 힘든 기업금융 쪽에 지원하느냐”고 했다.
#2. B은행의 기업금융 담당 임원 이모씨는 연말 인사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똘똘한 후배들 있으면 잘 설득해서 데려와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이씨는 “예전에는 본점에서 일하는 기업금융이라면 업무 종류나 강도를 따지지 않고 ‘묻지마 지원’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프라이빗뱅킹(PB) 쪽에서 자산가를 만나거나, 지점에 근무하겠다는 젊은 행원들이 많아 우수한 자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한때 은행의 최고 핵심부서, 은행업의 꽃으로 불리던 기업금융 부서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저금리에 불황이 겹쳐 기업 대출 수요가 줄어들며 영업환경이 나빠지고 대출 사후관리도 까다로워진 탓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쓰러지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은행 관련 부서 직원들은 매일 밤 10시, 11시까지 서류를 붙들고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의 상황을 파악해 채권을 회수할 방법을 찾느라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요즘 기업금융은 3D 업종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정도”라고 표현했다. “밤 늦게까지 야근을 밥먹듯이 해서 힘들고, 돈 떼일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고, 신용도가 좋은 기업에는 돈을 써 달라고 굽실대야 하니 자존심 상한다”는 것이다.
기업과 은행의 관계 변화도 한 원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원이 예전에는 기업에 비해 높은 갑(甲)이었는데, 지금은 을(乙)처럼 생각될 때도 있다”며 “어깨에 힘 주고 다니던 예전 기업금융 담당자들 생각하면 요즘은 많이 초라해진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대출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직원에게 지우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기업금융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다. 시중은행들은 수년 전부터 기업금융 담당자가 퇴직할 경우 퇴직금을 곧바로 지급하지 않고 7~8개월 정도 기다렸다가 지급하고 있다.
만약 퇴직자가 맡았던 기업의 대출이 부실화되고, 여기에 퇴직자가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퇴직금에서 물어내게 하려는(구상권 청구) 의도에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할 때는 회사에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퇴직금에 회사가 구상권을 청구해 서로 적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금융 전문가가 되겠다는 이들이 드물어지자 일부 은행에서는 순환보직 체계에서 기업금융을 제외하고 이를 별도 트랙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기업금융단 소속 기업개선담당 본부장직을 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전문계약직으로 바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 전처럼 순환보직 형태로 운영해서는 도저히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업무가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은 자리여서 지원자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은/박신영 기자 selee@hankyung.com
#2. B은행의 기업금융 담당 임원 이모씨는 연말 인사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똘똘한 후배들 있으면 잘 설득해서 데려와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이씨는 “예전에는 본점에서 일하는 기업금융이라면 업무 종류나 강도를 따지지 않고 ‘묻지마 지원’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프라이빗뱅킹(PB) 쪽에서 자산가를 만나거나, 지점에 근무하겠다는 젊은 행원들이 많아 우수한 자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한때 은행의 최고 핵심부서, 은행업의 꽃으로 불리던 기업금융 부서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저금리에 불황이 겹쳐 기업 대출 수요가 줄어들며 영업환경이 나빠지고 대출 사후관리도 까다로워진 탓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쓰러지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은행 관련 부서 직원들은 매일 밤 10시, 11시까지 서류를 붙들고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의 상황을 파악해 채권을 회수할 방법을 찾느라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요즘 기업금융은 3D 업종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정도”라고 표현했다. “밤 늦게까지 야근을 밥먹듯이 해서 힘들고, 돈 떼일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고, 신용도가 좋은 기업에는 돈을 써 달라고 굽실대야 하니 자존심 상한다”는 것이다.
기업과 은행의 관계 변화도 한 원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원이 예전에는 기업에 비해 높은 갑(甲)이었는데, 지금은 을(乙)처럼 생각될 때도 있다”며 “어깨에 힘 주고 다니던 예전 기업금융 담당자들 생각하면 요즘은 많이 초라해진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대출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직원에게 지우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기업금융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다. 시중은행들은 수년 전부터 기업금융 담당자가 퇴직할 경우 퇴직금을 곧바로 지급하지 않고 7~8개월 정도 기다렸다가 지급하고 있다.
만약 퇴직자가 맡았던 기업의 대출이 부실화되고, 여기에 퇴직자가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퇴직금에서 물어내게 하려는(구상권 청구) 의도에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할 때는 회사에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퇴직금에 회사가 구상권을 청구해 서로 적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금융 전문가가 되겠다는 이들이 드물어지자 일부 은행에서는 순환보직 체계에서 기업금융을 제외하고 이를 별도 트랙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기업금융단 소속 기업개선담당 본부장직을 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전문계약직으로 바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 전처럼 순환보직 형태로 운영해서는 도저히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업무가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은 자리여서 지원자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은/박신영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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