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먹기식' 과점체제 붕괴..동남아·일본·중국서 격전
여행비용 인하 효과..항공사 수익 악화 우려도

4시간 안팎의 여정을 목적지로 하는 저가항공사들이 항공업계에 진입하면서 일본 대도시와 동남아시아 등의 노선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는 대형 항공사들이 나눠 먹기식으로 황금노선을 독과점하던 공식이 깨지면서 무한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 저가항공사들 `돈 되는 국제노선 따내기' 경쟁 = 23일 국토해양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저가항공사들은 가격을 '무기'로 기존 항공사들이 독점해오던 노선 경쟁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7일부터 대한항공이 20년간 사실상 독점해온 괌 노선을 취항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오는 28일부터는 인천~괌 노선 운항을 주 7회에서 11회로 늘리기로 했고, 대한항공은 같은 날 부산에서 출발하는 괌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1992년 4월부터 단독 운항하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노선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우선 12월27일부터 내년 3월3일까지 매주 2회 전세기를 운항할 계획이다.

함철호 티웨이항공 사장이 지난달 오키나와 현을 방문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 측은 부정기편을 운항한 뒤 정기노선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진에어는 12월에 추가로 항공기 한 대를 도입하는 것과 맞물려 신규 국제노선 취항을 검토하면서 오키나와 현지답사를 다녀왔다.

진에어의 한 관계자는 "여러 국제노선을 검토하고 있다"며 "오키나와 노선도 검토 대상 중 하나이지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두 항공사가 본격적으로 오키나와 노선에 뛰어들면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국내 항공사 3곳이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자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 17일부터 인천~오키나와 노선을 주 7회에서 주 9회로 증편하는 한편 부산에서 출발하는 오키나와 노선 신규 취항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말레이시아 저가 항공사인 에어아시아도 이달 28일부터 인천~도쿄 나리타 노선을 신규 취항, 한국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가항공사들도 소위 돈이 되는 국제노선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과거 단독 취항하던 일부 노선이 다자간 경쟁체제로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

◇ 기존 항공사들도 `무한경쟁' 돌입 = 단독 노선을 나눠 영업했던 기존 항공사들도 사실상 영역을 허물고 무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12월에 대한항공이 40년간 독점 운항해온 하와이 호놀룰루 노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시아나항공은 1993년 7월 하와이 호놀룰루 노선에 취항해 대한항공과 경쟁해오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운항을 중단했다가 작년 말부터 다시 경쟁에 나선 것이다.

이에 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부터 아시아나항공이 2005년 12월부터 단독 운항해오던 필리핀 팔라우 노선에 취항, 맞불을 놓았다.

일본 노선도 두 항공사의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1989년 6월부터 홋카이도 노선에 취항해 사실상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2006년 6월부터 운항하다가 중단한 홋카이도의 아시히카와 노선을 다음 달 17일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 노선'은 최대 격전지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산둥성과 하이난성을 제외하고 아직 항공자유화가 안돼 후발 항공사들이 노선을 따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항공사들의 무한 경쟁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항공권 가격이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한때 왕복 항공권 가격만 10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하와이는 최근 최저 70만원대의 여행상품으로 숙박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항공사들도 여행객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급 과잉에 따른 덤핑 경쟁으로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저가항공사의 관계자는 "기존 항공사들의 입지가 철옹성 같아 후발주자들이 노선을 따내거나 여행사들을 상대로 항공권을 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