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의 은행나무가 세상을 찬란한 금빛으로 물들였다. 그것도 부족해 자신의 몸을 훌훌 털어 그 잎새로 거리를 노랗게 물들였다. 성큼성큼 서산으로 발길을 옮기던 해님도 발자국을 멈추고 이 금빛 잔치에 한 몫 거들고 있다.

그림을 그린 영국 화가 존 앳킨슨 그림쇼(1836~1893)는 운치있는 저녁 풍경화로 명성을 날렸던 인물이다. ‘황금빛 10월’은 가을의 끝자락의 아름다운 풍경을 하루의 끝자락에서 관조한 작품. 빚더미에 올라앉아 파산했던 작가가 역경을 극복하고 작품에 매진, 화가로서의 명성을 구가하기 시작한 자신의 열정과 노력에 보내는 자축의 그림이다.

노력한 자에게 황량한 가을날 저녁은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화가는 우리에게 귀띔하고 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