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주가·경영권 방어 '다목적 활용'…삼성 금융계열사 올 1조 사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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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미루고 자사주 사는 기업들
공시 목적외 활용 가능해져 '1석3조' 효과
자사주 기초 ABS 허용 검토…매입 더 늘 듯
공시 목적외 활용 가능해져 '1석3조' 효과
자사주 기초 ABS 허용 검토…매입 더 늘 듯
▷마켓인사이트 10월22일 오후 1시6분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는 것은 현금을 마냥 은행에 쌓아둘 수 없는 데다,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해 투자를 확대하기도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상법에 따라 자사주의 활용도가 높아진 점도 한몫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사주가 주가 안정용 외에 경영권 방어, 지주회사 전환 때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등 최소 ‘1석3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 안정시키고 경영권도 방어
기업들이 자사주를 늘리면서 노리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주가 안정이 첫 번째다. 자기자본으로 자사주를 사면 자본이 줄어든다.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높아진다. 유통주식수도 줄어든다. 주가에는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개정 상법에 따라 자사주 활용방안은 더 다양해졌다. 이사회 결의만 하면 자사주를 사들일 때 공시했던 용도와 다르게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경영권 방어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을 경우 적대적 M&A 위협에 노출될 수 있는데 자사주가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 물론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향후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우호 세력에게 자사주를 매각해 ‘백기사’로 삼을 수 있다. 올해 자사주를 매입한 곳 중에선 유한양행과 동아제약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각각 15.6%, 28.3%로 낮은 편이다.
합병을 할 때도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다. 소멸법인의 주주들에게 합병의 대가를 줘야 할 때 만일 자사주가 없다면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이 경우 존속법인의 주주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 이동섭 SK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자사주는 합병 때 최대주주의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된다면 자사주를 매수하고, 나중에 오르면 매도하는 등 자금운용의 방편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의 발행 허용을 검토하고 있는 등 자사주 매입 환경이 더욱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포석?
올 들어 자사주 매입이 가장 활발한 곳은 삼성그룹이다. 생명, 카드, 화재 등 금융 계열사와 제일기획이 10월(8일 누계)까지 6676억원어치를 샀다. 자사주 매입 계획까지 합치면 올 매입금액은 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작년과 똑같이 300만주(2869억원)를 매입했다. 2010년 5월에 상장해 2년간 6000억원 가까운 돈을 자기주식을 사는 데 사용했다. 삼성화재는 140만주(3143억원)를 사들였다. 삼성화재의 자사주 취득은 2007년 이익 소각을 목적으로 150만주를 매입한 이후 처음이다. 삼성카드는 다음달 말까지 2495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자사주 취득 목적으로 삼성 계열사들은 ‘주가 안정용’ ‘이익 소각용’이라고 밝혔다. 이동섭 팀장은 “지배구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선 금산분리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생명을 중간지주회사로 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금산분리의 핵심은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19.34%)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이건희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삼성생명 지분(20.76%)만으로는 경영권이 위태롭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가급적 자사주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동휘/김동윤 기자 donghuip@hankyung.com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는 것은 현금을 마냥 은행에 쌓아둘 수 없는 데다,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해 투자를 확대하기도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상법에 따라 자사주의 활용도가 높아진 점도 한몫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사주가 주가 안정용 외에 경영권 방어, 지주회사 전환 때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등 최소 ‘1석3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 안정시키고 경영권도 방어
기업들이 자사주를 늘리면서 노리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주가 안정이 첫 번째다. 자기자본으로 자사주를 사면 자본이 줄어든다.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높아진다. 유통주식수도 줄어든다. 주가에는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개정 상법에 따라 자사주 활용방안은 더 다양해졌다. 이사회 결의만 하면 자사주를 사들일 때 공시했던 용도와 다르게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경영권 방어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을 경우 적대적 M&A 위협에 노출될 수 있는데 자사주가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 물론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향후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우호 세력에게 자사주를 매각해 ‘백기사’로 삼을 수 있다. 올해 자사주를 매입한 곳 중에선 유한양행과 동아제약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각각 15.6%, 28.3%로 낮은 편이다.
합병을 할 때도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다. 소멸법인의 주주들에게 합병의 대가를 줘야 할 때 만일 자사주가 없다면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이 경우 존속법인의 주주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 이동섭 SK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자사주는 합병 때 최대주주의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된다면 자사주를 매수하고, 나중에 오르면 매도하는 등 자금운용의 방편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의 발행 허용을 검토하고 있는 등 자사주 매입 환경이 더욱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포석?
올 들어 자사주 매입이 가장 활발한 곳은 삼성그룹이다. 생명, 카드, 화재 등 금융 계열사와 제일기획이 10월(8일 누계)까지 6676억원어치를 샀다. 자사주 매입 계획까지 합치면 올 매입금액은 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작년과 똑같이 300만주(2869억원)를 매입했다. 2010년 5월에 상장해 2년간 6000억원 가까운 돈을 자기주식을 사는 데 사용했다. 삼성화재는 140만주(3143억원)를 사들였다. 삼성화재의 자사주 취득은 2007년 이익 소각을 목적으로 150만주를 매입한 이후 처음이다. 삼성카드는 다음달 말까지 2495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자사주 취득 목적으로 삼성 계열사들은 ‘주가 안정용’ ‘이익 소각용’이라고 밝혔다. 이동섭 팀장은 “지배구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선 금산분리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생명을 중간지주회사로 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금산분리의 핵심은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19.34%)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이건희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삼성생명 지분(20.76%)만으로는 경영권이 위태롭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가급적 자사주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동휘/김동윤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