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일대. 탈북자단체가 대북 전단을 살포할 경우 북한이 군사적 타격을 하겠다고 협박하면서 한때 무력 충돌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경찰과 군 당국이 임진각 일대를 전면 통제하면서 대북 전단 살포는 실행되지 못했다. 가을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던 임진각 일대는 오후부터 빠른 속도로 평온함을 되찾았다.

이날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 했던 탈북자단체 연합체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북민연) 회원 80여명은 관광버스와 승합차, 승용차 편으로 임진각행을 시도했으나 오전 9시30분께부터 자유로 당동IC에서 차벽을 설치한 경찰 바리케이드에 막혔다. 군과 경찰은 4개 중대 병력 800여명을 투입해 임진각으로 들어가는 자유로 당동IC와 통일로 여우고개 두 곳의 진입을 전면 통제했다. 오전 8시40분부터는 탈북자단체 회원은 물론 관광객과 취재진 출입까지 모두 막았다.

박상학 북민연 대표는 “신고를 마친 합법적인 집회인데 갑자기 경찰이 막아섰다”며 “정부 당국이 28살 애송이(김정은)에게 벌벌 떨면서 북한 동포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을 막고 있다”고 경찰에 거세게 항의했다. 경찰의 진입통제가 계속되자 한때 고성과 욕설이 오가면서 가벼운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들은 또 취재진 앞에서 당초 북한에 보내려 했던 대북 전단 200여장을 뿌리며 북한의 3대세습 체제를 비판했다. 임진각 출입이 어려워지자 전단을 실은 소형 트럭은 전단 살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뒤인 오후 1시40분께 차단된 도로에서 방향을 서울로 돌렸다.

그러나 이들은 이날 오후 강화도로 장소를 옮겨 전단을 날린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북민연 소속 단체인 자유북한방송은 웹사이트를 통해 “오후 6시 정각 인천 강화군 부근리 소재 강화 역사박물관 앞에서 회원 10여명이 대북전단 12만장을 뿌렸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단살포 행위를 원천봉쇄한 것은 안보위기를 불러올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군이 ‘임진각 타격 위협’을 공언해 전단지 살포는 북한의 공격 구실이 될 수 있다”며 “우리 군도 도발 원점 타격을 천명해 자칫 남북 간 전면전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살포 봉쇄 배경을 설명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한때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북한군은 전날인 21일 오후부터 최전방 포병부대의 견인포와 자주포 등의 포신을 열어 놓았고 방사포를 탑재한 일부 차량도 대기시킨 정황이 군과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포병 병력도 사격진지까지 이동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에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소극적 자세를 보였던 우리 군이 파주 경찰과 공조로 전단 살포지역인 임진각으로 들어가는 출입로를 막은 것도 북한군의 이런 동향을 포착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 주력 화력인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MLRS)을 즉각 발사할 수 있는 상태로 전환하고 사격에 필요한 동력 장치도 가동했다. MLRS 발사대는 8000개의 산탄을 60초 이내에 32㎞ 떨어진 곳까지 발사할 수 있는 위력적인 무기다.

파주=이지훈/홍영식 기자 lizi@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