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에 따라 국내 대기업을 쫓아낸 분야마다 외국 기업들의 독무대가 되어가고 있다. 조달청의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시장은 아이마켓코리아 등 국내 대기업이 빠진 6곳을 세계적인 사무용품업체 오피스디포가 차지했다. 오피스디포는 본사 매출이 13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이다. 그러나 공급계약 당사자가 오피스디포의 가맹점이란 이유로 중소기업으로 간주한 결과다.

공공기관 급식도 외국 업체들에 더할 나위 없는 호기가 됐다. 신용보증기금, 120다산콜센터 등에서 삼성에버랜드, 동원홈푸드가 밀려난 자리를 세계 3대 급식업체인 아라마크의 한국법인(아라코)이 꿰찼다. 아라마크는 매출 14조원, 종업원 26만명에 달하지만 한국법인은 대기업이 아니란 이유다. 대기업을 손 떼게 한 LED조명과 문구용품 시장이 GE, 오스람, 3M 등 글로벌 기업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재생타이어는 세계 1, 2위 타이어업체인 브리지스톤과 미쉐린에 넘겨주고 있다.

대기업을 배제하면 중소기업이 보호될 것이라고 장담해온 동반성장위원회다. 하지만 작년 11월 24개 제조업 분야 중기 적합업종 지정 이후 벌어진 일을 보면 동반위의 논리가 얼마나 허술하고 어리석은지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본란에서 수없이 지적했듯이 중기 적합업종과 같은 규제 일변도로는 오직 피터팬 증후군에 빠진 중소기업들만 양산하고 외국 기업들의 놀이터만 만들어줄 뿐이다. 동반위는 그럼에도 서비스, 금융업까지 중기 적합업종을 선정하겠다고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동반성장이고, 중기 적합업종인지 알 길이 없다.

과잉 보호로 키운 자식이 자립심이 떨어지듯, 중소기업 과(過)보호로는 결코 건강한 중소기업을 키울 수 없다. 가뜩이나 협소한 국내시장에 인위적 칸막이를 치면 시장의 발전도, 진화도, 혁신도 이룰 수 없다. 나눠먹기와 적합업종 추가지정 요구만 쏟아질 뿐이다. 무역 규모 1조달러로 세계 7위이고 자유무역협정(FTA) 선진국인 나라에서 외국 기업을 원천봉쇄하기도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와 대선주자들은 한국을 마치 자급자족하는 섬나라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