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신흥우 씨(53·사진)가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 내 갤러리 박영에서 지난 19일부터 개인전을 열고 있다.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조형예술을 공부한 신씨는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도시인들이 뒤엉켜 살아가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온 작가. ‘참 좋은 세상’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인간 군상을 리듬감 있고 조화로운 색채로 묘사한 근작 58점을 걸었다. 유학 시절에 만난 사람들의 대화, 다양한 공간들에 대한 기억을 경쾌하게 그린 작품들이다.

그는 “허름한 술집에서 본 나그네를 비롯해 해맑은 미소를 짓는 꼬맹이, 기념품 가게의 뚱보 아저씨, 의젓한 모습의 회사원, 대기업 사장 등 모든 사람들이 작품 모티브가 된다”고 말했다.

“사람이 좋아서 사람을 그립니다. 우리는 생김새부터 스타일까지 다 다르죠. 이렇게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모두가 하나되어 행복한 하모니를 이뤘으면 해요.”

그는 경기도 양평 국수리에서 작업한다. 떠올리기 싫은 아픈 기억, 즐거운 추억을 준 사람, 잡지책이나 꿈속에서 봤던 사람들을 실리콘을 담은 주사기로 쏴 형상화한 뒤 아크릴과 천연 색감을 입혀 완성한다. 수공예품처럼 만들어낸 수천명의 사람은 시간과 기억의 연관성을 무시한 채 한 캔버스 속에서 뒤섞여 박제된 채로 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1991년 파리로 건너간 그는 “13년간 유럽과 미국 등을 여행했던 추억의 편린들을 ‘기억의 보물창고’에 담아뒀다”고 했다.

“대구 인근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어요.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 사람을 그렸습니다. 그동안 화면에 등장한 인물만 1만명을 헤아립니다. 지금은 얼굴만 봐도 고민과 걱정을 읽을 수 있죠.”

그는 “도시를 배회하는 모든 사람들은 공짜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그림 속의 수많은 인물들은 클래식과 재즈 음악이 흐르는 곳에서, 버스 안에서 춤추고 악기를 연주하며 소곤소곤 대화를 즐긴다.

“도시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처럼 딱딱한 곳이죠. 살벌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장소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에게는 흥미로운 사람들이 활보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어서 참 좋습니다.” 이렇듯 도시인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을 띤 그림에서 그는 사람들의 행복과 환희를 전한다. “도시에는 다양한 욕망과 꿈이 숨쉬죠. 죽는 날까지 차별없이 존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화면에 담아낼 겁니다.”

새누리당 당사 건물에 걸린 대형 그림 ‘콘서트’의 화가이기도 한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림의 화합과 평화 메시지를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31일까지 이어진다. (031)955-407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