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美·日은 판매 제한 규제 없어…외국계 금융사만 배불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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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최근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간 금융상품 거래도 ‘일감 몰아주기’의 유형이라고 보고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가 언급한 규제 범위에는 펀드 판매사의 계열 운용사 펀드 판매 비중 제한, 보험사가 판매하는 변액보험과 은행 증권 보험 등이 판매하는 퇴직연금 상품의 적립 자산을 계열 자산운용사가 운용할 경우 위탁운용 비중 제한, 금융회사가 계열사 종업원들의 퇴직연금을 인수할 경우 영업 비중 제한, 증권사의 계열사 발행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인수판매 제한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금융거래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계열사 금융상품 규제 강화책이 마련될 전망이다.
그동안에도 계열사 간 금융상품 거래를 전혀 규제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금융회사들은 계열사로부터 위탁받은 내용을 공시하고, 계열사에 펀드 판매시 계열사 상품에 대한 판매 촉진 행위를 금지하는 등 간접적인 규제를 받아왔다.
금융위의 이번 규제 강화 방안은 한걸음 더 나아가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을 50%로 제한하는 내용의 이른바 직접 규제 방식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직접 규제의 범위도 펀드판매사 보험회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적용하는 쪽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0% 초과분 해소하려면 8개 보험사 6조원 줄여야
이처럼 강화한 규제를 적용하면 계열 펀드 판매가 당장 50%를 초과하는 2개 판매회사의 필요 해소액이 월평균 3200억원, 연평균 3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액보험도 ‘50% 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변액보험 사업자가 8곳(7월 기준)에 달한다. 이들은 1년 안에 6조3000억원을 줄여야 하는 만만찮은 부담을 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위가 우려하는 것처럼 계열사 간 과도한 거래 집중이 금융소비자와 이해 상충을 일으키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계열사 간 거래 집중은 다른 회사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타당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50% 비율 제한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첫째,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한 비율 규제는 국제적 정합성에 반하는 것으로 국내 금융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을 안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비율 제한을 하지 않고 있다. 단지 ‘선관주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특별히 ‘지원성 거래’만 금지하는 간접 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선관주의 의무란 선량한 관리자로서 일반적·객관적 기준에 따라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를 말한다. 한국에서만 유독 계열사 간 금융상품 거래에 50%라는 직접적인 비율 규제를 가하는 것은 분명 국제적 정합성에 반하는 조치다.
둘째, 거래 비율 규제는 제도 도입 취지와 반대로 오히려 소비자와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50% 규제를 강제 적용할 경우 투자자는 계열사 펀드가 아무리 우량하더라도 투자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나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금융회사에 정부가 나서서 ‘선관의무’를 위반하도록 강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비율 규제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해 헌법상 ‘보충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예컨대 퇴직연금 비율을 제한하는 경우 근로자가 노후생활 자금인 퇴직금을 운용할 때 가장 믿을 만하고 안정적인 금융회사를 선택할 자유를 침해당하는 것이다. 이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가 될 수 있다.
또 헌법상 보충성의 원칙(헌법 제126조)과 관련해 비율 규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는 전혀 규제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이 제도는 합헌성을 갖는다. 하지만 지금은 계열사 간 거래 편중 방지를 위한 여러 가지 간접 규제 제도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계열 운용사 펀드의 판매 촉진 행위 금지, 계열사 위탁운용 현황 공시 등 현행 간접 규제의 결과를 제대로 평가해보기도 전에 더 강화한 방안을 전격 도입하는 것은 헌법상 보충성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헌법 제37조 2항)과 관련해서도 피해의 최소성 요건이나 입법 목적의 타당성, 방법의 적절성, 법익의 균형성 모두를 위배할 여지가 크다는 판단이다.
계열사 펀드 수익률 좋아도 판매 못하는 건 ‘불이익’
넷째, 거래 비중 제한은 시장 경쟁 구조를 왜곡하고 역으로 외국 자본 등에 유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50%를 초과한 거래분이 불량한 국내 금융회사보다는 우량한 외국계 금융회사에 강제로 이전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국내 토종 운용사의 경쟁력 제고와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면 해외 유수의 금융그룹들은 계열 자산운용사에 상당한 비중으로 위탁운용하며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위에서 제시한 여러 문제점들에 비춰볼 때 거래 비율에 대한 직접 규제 방안 도입은 보다 신중한 자세로 접근해야 하며, 금융위는 이번 결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추가적인 면밀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 제도를 강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서둘러 직접 규제를 하겠다는 것은 이유가 어떻든 성급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제도를 서둘러 도입하기보다는 일단 강화한 현행 간접 규제 제도의 시행 결과를 지켜본 후 대안을 모색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더라도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 문제점을 고려해 국내 금융회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의 직접 규제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비계열 금융사의 시장 진입도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삼현 < 숭실대 법학과 교수 >
△숭실대 법학과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대학원 상법 박사 △기업법률포럼 상임대표 △기업소송연구회 회장 △법무부 상법특별위원회 위원
금융위가 언급한 규제 범위에는 펀드 판매사의 계열 운용사 펀드 판매 비중 제한, 보험사가 판매하는 변액보험과 은행 증권 보험 등이 판매하는 퇴직연금 상품의 적립 자산을 계열 자산운용사가 운용할 경우 위탁운용 비중 제한, 금융회사가 계열사 종업원들의 퇴직연금을 인수할 경우 영업 비중 제한, 증권사의 계열사 발행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인수판매 제한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금융거래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계열사 금융상품 규제 강화책이 마련될 전망이다.
그동안에도 계열사 간 금융상품 거래를 전혀 규제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금융회사들은 계열사로부터 위탁받은 내용을 공시하고, 계열사에 펀드 판매시 계열사 상품에 대한 판매 촉진 행위를 금지하는 등 간접적인 규제를 받아왔다.
금융위의 이번 규제 강화 방안은 한걸음 더 나아가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을 50%로 제한하는 내용의 이른바 직접 규제 방식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직접 규제의 범위도 펀드판매사 보험회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적용하는 쪽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0% 초과분 해소하려면 8개 보험사 6조원 줄여야
이처럼 강화한 규제를 적용하면 계열 펀드 판매가 당장 50%를 초과하는 2개 판매회사의 필요 해소액이 월평균 3200억원, 연평균 3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액보험도 ‘50% 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변액보험 사업자가 8곳(7월 기준)에 달한다. 이들은 1년 안에 6조3000억원을 줄여야 하는 만만찮은 부담을 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위가 우려하는 것처럼 계열사 간 과도한 거래 집중이 금융소비자와 이해 상충을 일으키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계열사 간 거래 집중은 다른 회사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타당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50% 비율 제한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첫째,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한 비율 규제는 국제적 정합성에 반하는 것으로 국내 금융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을 안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비율 제한을 하지 않고 있다. 단지 ‘선관주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특별히 ‘지원성 거래’만 금지하는 간접 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선관주의 의무란 선량한 관리자로서 일반적·객관적 기준에 따라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를 말한다. 한국에서만 유독 계열사 간 금융상품 거래에 50%라는 직접적인 비율 규제를 가하는 것은 분명 국제적 정합성에 반하는 조치다.
둘째, 거래 비율 규제는 제도 도입 취지와 반대로 오히려 소비자와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50% 규제를 강제 적용할 경우 투자자는 계열사 펀드가 아무리 우량하더라도 투자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나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금융회사에 정부가 나서서 ‘선관의무’를 위반하도록 강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비율 규제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해 헌법상 ‘보충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예컨대 퇴직연금 비율을 제한하는 경우 근로자가 노후생활 자금인 퇴직금을 운용할 때 가장 믿을 만하고 안정적인 금융회사를 선택할 자유를 침해당하는 것이다. 이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가 될 수 있다.
또 헌법상 보충성의 원칙(헌법 제126조)과 관련해 비율 규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는 전혀 규제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이 제도는 합헌성을 갖는다. 하지만 지금은 계열사 간 거래 편중 방지를 위한 여러 가지 간접 규제 제도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계열 운용사 펀드의 판매 촉진 행위 금지, 계열사 위탁운용 현황 공시 등 현행 간접 규제의 결과를 제대로 평가해보기도 전에 더 강화한 방안을 전격 도입하는 것은 헌법상 보충성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헌법 제37조 2항)과 관련해서도 피해의 최소성 요건이나 입법 목적의 타당성, 방법의 적절성, 법익의 균형성 모두를 위배할 여지가 크다는 판단이다.
계열사 펀드 수익률 좋아도 판매 못하는 건 ‘불이익’
넷째, 거래 비중 제한은 시장 경쟁 구조를 왜곡하고 역으로 외국 자본 등에 유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50%를 초과한 거래분이 불량한 국내 금융회사보다는 우량한 외국계 금융회사에 강제로 이전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국내 토종 운용사의 경쟁력 제고와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면 해외 유수의 금융그룹들은 계열 자산운용사에 상당한 비중으로 위탁운용하며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위에서 제시한 여러 문제점들에 비춰볼 때 거래 비율에 대한 직접 규제 방안 도입은 보다 신중한 자세로 접근해야 하며, 금융위는 이번 결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추가적인 면밀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 제도를 강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서둘러 직접 규제를 하겠다는 것은 이유가 어떻든 성급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제도를 서둘러 도입하기보다는 일단 강화한 현행 간접 규제 제도의 시행 결과를 지켜본 후 대안을 모색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더라도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 문제점을 고려해 국내 금융회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의 직접 규제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비계열 금융사의 시장 진입도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삼현 < 숭실대 법학과 교수 >
△숭실대 법학과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대학원 상법 박사 △기업법률포럼 상임대표 △기업소송연구회 회장 △법무부 상법특별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