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이후 꾸준히 상승해 온 코스닥시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기관과 외국인이 18일 120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코스닥지수는 14.06포인트(2.66%) 급락, 514.16까지 밀렸다. 지난 15일 1.95% 하락한 데 이은 큰 폭의 조정이다. 특히 코스닥 상승을 견인했던 엔터테인먼트 바이오 게임 화장품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3.97포인트(0.20%) 오른 1959.12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유가증권시장 소형주지수는 1342.74로 21.79포인트(1.60%) 하락하며 코스닥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기관·외국인 나란히 ‘이익 실현’

코스닥 급락은 기관과 외국인이 이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번주 들어 전날까지 코스닥시장에서 6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264억원어치를 팔았다. 최근 9거래일 동안 연속으로 순매수하며 총 450억원 ‘사자 우위’를 보였던 연기금도 170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 역시 최근 이틀 동안 499억원을 순매도하며 코스닥 하락을 부추겼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는 “그간 많이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며 “언젠가 나타났을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석원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한 달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의 상승률이 10% 가까이 벌어지면서 중소형주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며 “최근 수익률 차이를 좁히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바·카·라 일부 과열 지적

기관과 외국인은 이날 코스닥을 포함한 ‘중소형주 장세’를 이끌었던 ‘바·카·라(바이오·카지노·딴따라-엔터테인먼트)’주를 집중 매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의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컴투스 에스엠 파라다이스 게임빌 제닉 JCE 코오롱생명과학 등의 바·카·라주가 포함돼 있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 10개 종목에도 파라다이스 메디톡스 컴투스가 들어 있다.

이 본부장은 “중소형주 중에서 실적이 아닌 ‘성장 스토리’만으로 올랐던 종목들은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 전무도 “주가수익비율(PER) 20배, 30배 되는 주식을 사는 것은 비이성적인 과열 양상”이라며 “시장이 한쪽으로 쏠리면 시세의 정점에서는 이런 급락현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중소형주 불씨 꺼지나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소형주 장세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실적이 뒷받침된 종목으로 압축되면서 다시 반등세를 보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정근해 우리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나스닥이 최근 고점 대비 5% 조정받았는데 코스닥은 박스권 상단인 540까지 갔다”며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기관과 외국인 차익 매물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진 것 같다”며 “지수 하락폭에 비해 거래량이 5억7700여만주로 그리 많지 않았던 걸 보면 추세적 하락이라 판단하긴 이르다”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주식트레이딩팀장은 “조정이 세게 될 때는 한꺼번에 빠지지만 실적 호전 종목으로 압축된 뒤, 이들 종목의 반등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저점 매수를 생각하더라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장규호/황정수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