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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마을] 뉴요커가 입양한 침팬지, 인간이 되진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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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도 언어 습득 가능" 스키너 주장 입증 위한 실험 공격성 탓에 4년만에 끝나
    수화 배우고 연대감 형성…동물과의 소통에 대한 기록

    님 침스키
    엘리자베스 헤스 지음 / 장호연 옮김 / 백년후 / 448쪽 / 2만2000원
    1973년 11월19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노먼의 영장류연구소에 살던 18세 침팬지 캐럴린은 몸을 수그리더니 꿈틀거리며 물을 뚝뚝 흘리는 뭔가를 꺼냈다. 자신의 일곱 번째 새끼였다. 캐럴린은 다른 사람들이 새끼를 보지 못하도록 등을 돌리고 벽을 향했다.

    다른 침팬지들과 마찬가지로 새끼가 자신의 품에서 떨어져 연구 프로젝트에 보내지리라는 직감으로 모성애를 발휘한 것이다. 캐럴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끼는 님 침스키라는 이름을 받고 컬럼비아대로 옮겨졌다. 역사상 가장 중요한 유인원 언어 연구 ‘프로젝트 님’의 시작이었다.

    동물 전문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헤스의 《님 침스키》는 인간이 될 뻔했던 침팬지인 님 침스키의 27년 삶을 다룬다. 프로젝트 님은 언어 능력은 인간에게만 존재한다는 이론으로 유명한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에 대한 반박으로 이뤄졌다. 실험을 시작한 인물은 허버트 테라스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 그의 스승인 B F 스키너는 촘스키의 맞수로, 동물이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테라스 교수는 스승의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님 침스키를 뉴욕의 한 중산층 가정으로 입양보냈다.

    침스키를 입양한 스테파니 라파지는 기저귀를 채우고 양치질을 해주며, 무서운 밤에는 옆에 있어주면서 그를 인간으로 키웠다. 침스키는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고 가끔 화장실도 이용하면서 생후 2개월부터 배운 수화로 사람들과 대화하는 능력까지 갖췄다. 하지만 그는 인간 세계와 야생에 한 발씩을 걸친 침팬지였기에 완전히 인간이 될 수는 없었다. 침스키는 불안해했고 어디에도 만족하지 못한 채 분열된 본성을 표출했다. 라파지 가족은 그런 침스키를 아끼고 사랑했지만 침팬지의 공격성 때문에 식구들이 위험해지자 결국 그를 내보내기로 했다.

    프로젝트 님은 그 후에도 새로운 팀원에 의해 계속되지만 침스키의 야생성이 더욱 공격적으로 발현되고 연구비 확보까지 어려워지자 4년 만에 종료된다.

    동물 연구에 관한 딱딱한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간과 동물의 본성에 관한 흥미롭고 드라마틱한 이야기다. 인간이 될 수 없었던 침팬지를 통해 인간만의 특성을 알게 되기도 하고, 침팬지와 공통으로 갖고 있는 특징에서는 묘한 ‘연대감’이 들기도 한다.

    침스키는 라파지 가정에서 인간과 함께 살 때의 사진을 찬찬히 살펴보고 어린 시절 좋아했던 그림책을 소중히 간직한다. 인간에게 배운 수화를 동료 침팬지에게 가르치기도 했다. 하지만 어미로부터 떨어져 자라고 또 갖가지 이유로 인간으로부터 버려진 침스키는 유기된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간다. 책을 통해 전해지는 침스키의 아픔과 고독함이 인간다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프로젝트 님 이후 동물을 이해한다는 명목으로 인간의 잣대나 규범을 주입시키려는 연구는 사라졌다. 동물의 관점에서 그들의 행동과 감정 그 자체를 이해하려고 하는 연구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것이 오히려 동물을 정확히 이해하는 방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침스키는 다른 침팬지 동료들에게 본성대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준 침팬지이기도 하다.

    저자는 현재 동물이 감정과 자기 인식을 보이는 존재임을 부정하는 과학자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동물이 서로와, 그리고 인간과 소통할 수 있다는 증거가 많이 쌓였다는 것. 침스키가 인간과 소통했던 경험은 이 같은 인식에 큰 영향을 줬다. 이를 고스란히, 감성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이 책은 동물과 인간의 소통에 대한 가장 충실한 기록이란 찬사를 들을 만하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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