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한 영국군 대대가 북쪽에서 다가오는 중공군 북한군 병사들과 남쪽의 지뢰밭 사이에 갇히고 말았다. 그들의 대대장은 이미 전사했다. 소대원 중 하나가 여기서 어떻게 빠져 나가야 하는지 안다며 지뢰밭 사이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조심조심 걸어 그 지역에서 빠져 나가자 사람들은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 살아남았다.

나중에 사람들이 그에게 어떻게 길을 찾을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사실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고백했다. 그는 “만약 자신이 길을 아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자신을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응 리더십》은 리더십이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임기응변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리더십센터를 설립해 지난 25년간 각 분야의 리더들을 가르쳐온 저자는 적응을 요구하는 새로운 도전에 맞서 리더에게 필요한 전략과 기술을 제시한다. 글로벌 경제위기나 9·11 사태 같은 문제들은 과거의 해법이나 전문지식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저자는 다양한 분야 간의 소통과 새로운 실험, 즉흥적인 지식 등으로 무장한 리더십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고 말한다.

적응 리더십은 진화생물학에서 차용해온 개념이다. 거센 환경의 도전에 맞서 사람들이 변화하고 번성할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이다. 이런 적응을 위해 다양성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즉 어떤 회사나 조직이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고, 중앙 집중적인 계획과 엘리트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는 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조직 문화가 변할 수 있도록 긴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저자는 “조직이 망가졌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은 잘못됐다고 전한다. 고장난 조직이라도 현재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완벽하게 맞춰져 있다는 것. 조직은 결과가 보장되지도 않고 기득권층에 손해를 입힐지도 모르는 새로운 도전보다는 현재 상황을 선호한다.

이런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해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리더는 ‘우리가 중요시하는 모든 것 중에서 무엇이 본질적이고 보존돼야 하는가’에 대해 조직원들에게 물어야 한다. 자연에서의 진화처럼, 성공적인 적응은 조직이 전통이나 정체성에서 가장 좋은 것들만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권위와 적응 리더십은 어떻게 다를까. 조직이 바라는 것을 잘 해낼 때 받는 보상 중 하나가 리더라는 직함이다.

저자는 “적응 리더십은 권위 위임자의 기대에 부응해 권위 범위 안에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대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리더는 금기시되는 문제를 건드리고 사람들이 가치를 둔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가치를 두는 것과의 모순을 지적해야 한다. 리더는 권위적 관리를 넘어서 조직이 어려운 도전에 대응해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저자는 “인생을 리더십 실험실처럼 살아라”라고 조언한다. 가정 직장 공공장소 종교생활 등 모든 공동체 생활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다. 인생을 리더십 실험실로 볼 때 우리는 시도할 수 있고, 실수를 저지를 수 있으며, 기술을 강화할 수 있고, 노력의 열매뿐만 아니라 여정에서의 기쁨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