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물질적 풍요 속 '선택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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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기억 용량 한계 있어…배우자 선택·인터넷 쇼핑 등 선택 폭 넓어지면 고민만 늘어
물질적 생활수준 높아졌지만 친밀한 관계서 멀어진 현대인 지위·명예 집착해 불안 높아져
더 적을수록, 버릴수록 행복…탐욕 절제와 포기를 알아야
선택의 조건
바스 카스트 지음 / 정인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304쪽 / 1만4000원
물질적 생활수준 높아졌지만 친밀한 관계서 멀어진 현대인 지위·명예 집착해 불안 높아져
더 적을수록, 버릴수록 행복…탐욕 절제와 포기를 알아야
선택의 조건
바스 카스트 지음 / 정인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304쪽 / 1만4000원
‘짝’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대한민국 미혼 남녀의 짝을 찾는 기준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남녀 심리에 대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남녀 각각 5~6명이 애정촌으로 들어가 자신의 짝을 찾는데, 자신에게 맞는 최상의 짝을 찾기 위해 다양한 전략으로 상대를 알아간다.
그런데 5~6명보다 많은 100명의 상대가 있다면 어떨까. 과연 몇 쌍의 짝이 탄생할까. 100명의 상대가 있다면 5명이었을 때보다 더 훌륭한 상대를 만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수십 쌍의 짝이 탄생할 것 같지만, 《선택의 조건》의 저자 바스 카스트에 따르면 엄청난 선택지 앞에서 머리를 싸매다가 좌절하거나 우울증에 빠져 짝이 단 한 쌍도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독일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는 마치 평생을 함께할 짝을 찾듯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현대인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선택의 고통을 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럼 몇 개의 선택지가 최적일까. 미국의 심리학자 조지 밀러는 우리의 단기기억 용량은 한정돼 있어서 평균 5~9개의 정보 단위를 기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짝’에서 출연한 남녀의 숫자 역시 이 숫자를 넘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선택의 고통을 가장 피부로 느낄 때는 언제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쇼핑할 때일 것이다. 오랜만에 쇼핑몰에서 옷 한 벌을 사려고 이 창 저 창 켜놓고 북마크하고 많은 탭을 띄워놓고 비교하다가 나중엔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낸 뒤에 결국 컴퓨터를 꺼버리곤 한다. 처음엔 쇼핑한다는 마음에 신이 났다가 나중엔 짜증이 나서 아무 것이나 선택한 적도 적지 않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이 힘든 이유도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즉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제품, 많지만 제각각인 리뷰들 그리고 많은 지식인들. 확인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선택의 폭이 넓으면 더 큰 만족감을 얻을 것 같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저자는 오늘날과 같이 풍요로운 세상에 현대인이 행복해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물질적인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안락한 삶을 살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1979년 이래 최근까지 10%가 넘는 실질 경제 성장률을 보였던 중국의 행복도는 과연 얼마일까. 중국인들의 행복도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나빠졌는데, 이유는 극단적인 빈부격차 때문이다. 벨기에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같은 선진국 국민들이 그들보다 부유하지 않은 개발도상국 국민들보다 더 자주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결과도 있다.
저자는 심리학 뇌과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등 여러 분야의 풍성하고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부유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보다 왜 더 외로울까, 자유로운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왜 수많은 기회 속에서도 힘겨운 삶을 사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간다. 이에 대한 저자의 아이러니한 대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즉 돈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사적이고 친밀한 관계로부터 점점 멀어지며, 사회가 부유해질수록 개인은 점점 개인적인 소망과 계획을 추구하면서 외로워진다. 결국 가족 간의 유대와 사회적인 관계에서 느끼지 못하는 외로움을 세상에서 얻는 인정, 즉 커리어로 보상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불안과 도시의 분주함, 다양한 매체에 의한 주의력 결핍 등으로 노이로제 수준에 이르게 된 도시인들의 고민에 명쾌한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
나아가 저자는 현대인들의 화두인 ‘행복’이 거리 곳곳에 놓여 있음을 알려준다. 즉 내가 찾고 있는 행복은 ‘높은 지위, 재산, 명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삶 속에서 절제할 줄 알고 포기할 줄 알 때 비로소 찾아온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적을수록, 버릴수록, 느릴수록 행복이 온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펀드 거물 존 보글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탐욕에 있다며 “충분함을 알라”고 말했다. 충분함을 모르면 누구든 인생 전반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 사과 상자에 가득 담긴 현금 뭉치에 현혹돼 평생을 일궈놓은 명성을 날리고 쇠고랑을 찬 정치인, ‘초심자의 행운’인 것을 모르고 마치 행운의 여신 운운하며 가산을 도박으로 탕진한 사람들, 이들에게 닥친 모든 화(禍)의 근원은 충분함을 몰랐기 때문이다. 2012년 우리나라의 대표 키워드 두 가지를 손꼽으라면 단연 선택과 힐링일 것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이런 선택의 고민과 힐링의 대안을 선사한다.
김은섭 북칼럼니스트
그런데 5~6명보다 많은 100명의 상대가 있다면 어떨까. 과연 몇 쌍의 짝이 탄생할까. 100명의 상대가 있다면 5명이었을 때보다 더 훌륭한 상대를 만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수십 쌍의 짝이 탄생할 것 같지만, 《선택의 조건》의 저자 바스 카스트에 따르면 엄청난 선택지 앞에서 머리를 싸매다가 좌절하거나 우울증에 빠져 짝이 단 한 쌍도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독일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는 마치 평생을 함께할 짝을 찾듯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현대인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선택의 고통을 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럼 몇 개의 선택지가 최적일까. 미국의 심리학자 조지 밀러는 우리의 단기기억 용량은 한정돼 있어서 평균 5~9개의 정보 단위를 기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짝’에서 출연한 남녀의 숫자 역시 이 숫자를 넘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선택의 고통을 가장 피부로 느낄 때는 언제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쇼핑할 때일 것이다. 오랜만에 쇼핑몰에서 옷 한 벌을 사려고 이 창 저 창 켜놓고 북마크하고 많은 탭을 띄워놓고 비교하다가 나중엔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낸 뒤에 결국 컴퓨터를 꺼버리곤 한다. 처음엔 쇼핑한다는 마음에 신이 났다가 나중엔 짜증이 나서 아무 것이나 선택한 적도 적지 않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이 힘든 이유도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즉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제품, 많지만 제각각인 리뷰들 그리고 많은 지식인들. 확인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선택의 폭이 넓으면 더 큰 만족감을 얻을 것 같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저자는 오늘날과 같이 풍요로운 세상에 현대인이 행복해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물질적인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안락한 삶을 살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1979년 이래 최근까지 10%가 넘는 실질 경제 성장률을 보였던 중국의 행복도는 과연 얼마일까. 중국인들의 행복도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나빠졌는데, 이유는 극단적인 빈부격차 때문이다. 벨기에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같은 선진국 국민들이 그들보다 부유하지 않은 개발도상국 국민들보다 더 자주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결과도 있다.
저자는 심리학 뇌과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등 여러 분야의 풍성하고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부유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보다 왜 더 외로울까, 자유로운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왜 수많은 기회 속에서도 힘겨운 삶을 사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간다. 이에 대한 저자의 아이러니한 대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즉 돈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사적이고 친밀한 관계로부터 점점 멀어지며, 사회가 부유해질수록 개인은 점점 개인적인 소망과 계획을 추구하면서 외로워진다. 결국 가족 간의 유대와 사회적인 관계에서 느끼지 못하는 외로움을 세상에서 얻는 인정, 즉 커리어로 보상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불안과 도시의 분주함, 다양한 매체에 의한 주의력 결핍 등으로 노이로제 수준에 이르게 된 도시인들의 고민에 명쾌한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
나아가 저자는 현대인들의 화두인 ‘행복’이 거리 곳곳에 놓여 있음을 알려준다. 즉 내가 찾고 있는 행복은 ‘높은 지위, 재산, 명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삶 속에서 절제할 줄 알고 포기할 줄 알 때 비로소 찾아온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적을수록, 버릴수록, 느릴수록 행복이 온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펀드 거물 존 보글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탐욕에 있다며 “충분함을 알라”고 말했다. 충분함을 모르면 누구든 인생 전반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 사과 상자에 가득 담긴 현금 뭉치에 현혹돼 평생을 일궈놓은 명성을 날리고 쇠고랑을 찬 정치인, ‘초심자의 행운’인 것을 모르고 마치 행운의 여신 운운하며 가산을 도박으로 탕진한 사람들, 이들에게 닥친 모든 화(禍)의 근원은 충분함을 몰랐기 때문이다. 2012년 우리나라의 대표 키워드 두 가지를 손꼽으라면 단연 선택과 힐링일 것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이런 선택의 고민과 힐링의 대안을 선사한다.
김은섭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