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는 감춰둔 보물을 내놓듯 살며시 나무 세 그루를 보여줬다. 세상은 안개에 싸여 있고, 나무들은 물감으로 그려 놓은 듯 단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며칠째 새벽이슬을 맞으며 무언가를 찾고 있던 사진가에 대한 응답과도 같았다. 작가는 숨을 죽인 채 셔터를 눌렀다.

사진가 한완수는 오랜 시간 풍경사진을 찍어왔다. 그러면서 자연이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작가는 남들이 외면하는 평범한 산과 들에서도 연인을 그리는 심정으로 기다렸다. 그곳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습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믿고 견뎠다. 그러면 어느 순간 자연은 친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듯 세상에 단 하나뿐인 풍경을 만들어주곤 했다.

신경훈 편집위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