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천재'의 건반, 5개 도시를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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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유목민' 박종화 교수 내달 순회 공연
3일 대전, 11일 서울, 13일 광주
라흐마니노프曲 등 선사
국내 첫 연주앨범도 발매
3일 대전, 11일 서울, 13일 광주
라흐마니노프曲 등 선사
국내 첫 연주앨범도 발매
“사막에서 물이 없어 죽기 직전 오아시스를 발견했을 때의 희열 같은 소리를 만들고 싶어요. 영혼이 진동하는 소리죠. 이탈리아의 한 성당에서 우연히 들었던 그레고리안 성가가 제겐 그랬어요. 순수한 소리를 듣자마자 영혼이 떨렸죠.”
일본 도쿄 음대 영재학교, 한국 선화예중,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이탈리아 코모, 스페인 마드리드 소피아 왕립음악원, 독일 뮌헨 음대 최고연주자 과정, 프랑스 파리, 그리고 다시 서울.
피아노와 함께 전 세계를 떠돌며 살아온 피아니스트 박종화 서울대 음대 교수(37·사진)가 내달 ‘언플러그드-다시 날다’라는 타이틀로 5개 도시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이번 연주회는 그의 국내 첫 앨범 ‘히어로즈’(가제) 발매를 기념하는 공연. 앨범에는 그가 가장 존경하는 호로비츠 편곡의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포함,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과 악흥의 순간을 담았다. 이번 라사이틀은 프랑크의 프렐류드, 코랄, 푸가로 문을 열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제2번과 악흥의 순간 작품 16을 연주한다.
“라흐마니노프는 종소리에 굉장히 집착했어요. 프랑크의 코랄에서도 아름다운 종소리가 나오죠. 라흐마니노프 작품과의 연장선상에서, 또 작품을 시작하는 도입부로서 공연의 뼈대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관객들이 이탈리아의 오래된 성당에 들어와서 듣는 것과 같은 감동과 울림을 이 곡에서 느끼면 좋겠어요.”
그는 한국 음악계의 ‘숨겨진 천재’다. 건반을 처음 두드린 건 네 살 때. 1주일 만에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를 피아노로 흉내내기 시작한 그는 여섯 살 때 부모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레슨을 받았다. 당시 대학생이던 레슨 선생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자신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미유라 가츠코에게 소개했다. 미유라는 일본 피아노 음악계의 최고 거목인 이구치 아이코에게 그를 데려갔다. 암투병 중이던 이구치는 연주를 듣자마자 그를 인생의 마지막 제자로 받아들였다.
1988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교회에서 미국 피아노계의 거장 러셀 셔먼을 만났고 그를 따라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예비학교에 입학했다. 1992년부터는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4년 전액 장학생으로 공부했다. 콩쿠르 출전을 금지했던 스승 때문에 다른 콩쿠르에는 나가지 못했다. 스무 살 때인 1995년 처음 허락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연소 입상과 최우수연주자상을 받았다.
“셔먼 선생님은 너무 어린 나이에 커리어를 쌓기 위해 콩쿠르에 나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셨어요. 경쟁과 순위에 집착해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을 덜 하게 될까봐요.”
그의 스승 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탈리아 카데바니아 국제피아노재단이 선정한 6명 중 3명 레온 프라이셔, 카를 울리히 슈나벨, 드미트리 바쉬키로프에게 모두 배웠다.
“가장 큰 음악적 영향은 셔먼 선생님에게 받았죠.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음악적인 자극과 영감을 동시에 주신 분입니다. 베토벤의 직계인 슈나벨 선생님과는 음악적으로 잘 통했고, 영감을 얻는 법을 많이 배웠죠. 바쉬키로프 선생님으로부터는 미학에 대한 강한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이탈리아 코모의 마스터 클래스, 스페인 소피아 왕립 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 독일 뮌헨 음대 최고연주자 과정 등을 거쳐 그는 프랑스 파리에 안착했다. 현대음악의 메카라 불리는 IRCAM스튜디오를 드나들고, 피에르 불레즈가 진두지휘하는 앵테르콩탕포랭의 연주를 통해 음악적 호기심을 충족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체르트허바우홀, 뮌헨의 헤르쿨레스홀, 벨기에의 팔레드 보에서 연주했다. 드레스덴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트 페테르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유럽 청중과 평단으로부터 “번개처럼 나타난 한국의 젊은 천재”라는 찬사를 받은 그는 2007년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이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내달 리사이틀에 이어 지휘자로서의 꿈도 다져가고 있다. “오케스트라란 악기는 피아노가 줄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음악가라면 누구나 도전해보고 싶어 하죠. 다니엘 바렌보임이나 게자 안다처럼 지휘를 하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피아노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조만간 때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의 공연은 내달 3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홀, 11일 서울 LG아트센터, 13일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 20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25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등에서 이어진다. 3만~5만원. (02)737-0708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일본 도쿄 음대 영재학교, 한국 선화예중,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이탈리아 코모, 스페인 마드리드 소피아 왕립음악원, 독일 뮌헨 음대 최고연주자 과정, 프랑스 파리, 그리고 다시 서울.
피아노와 함께 전 세계를 떠돌며 살아온 피아니스트 박종화 서울대 음대 교수(37·사진)가 내달 ‘언플러그드-다시 날다’라는 타이틀로 5개 도시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이번 연주회는 그의 국내 첫 앨범 ‘히어로즈’(가제) 발매를 기념하는 공연. 앨범에는 그가 가장 존경하는 호로비츠 편곡의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포함,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과 악흥의 순간을 담았다. 이번 라사이틀은 프랑크의 프렐류드, 코랄, 푸가로 문을 열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제2번과 악흥의 순간 작품 16을 연주한다.
“라흐마니노프는 종소리에 굉장히 집착했어요. 프랑크의 코랄에서도 아름다운 종소리가 나오죠. 라흐마니노프 작품과의 연장선상에서, 또 작품을 시작하는 도입부로서 공연의 뼈대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관객들이 이탈리아의 오래된 성당에 들어와서 듣는 것과 같은 감동과 울림을 이 곡에서 느끼면 좋겠어요.”
그는 한국 음악계의 ‘숨겨진 천재’다. 건반을 처음 두드린 건 네 살 때. 1주일 만에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를 피아노로 흉내내기 시작한 그는 여섯 살 때 부모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레슨을 받았다. 당시 대학생이던 레슨 선생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자신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미유라 가츠코에게 소개했다. 미유라는 일본 피아노 음악계의 최고 거목인 이구치 아이코에게 그를 데려갔다. 암투병 중이던 이구치는 연주를 듣자마자 그를 인생의 마지막 제자로 받아들였다.
1988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교회에서 미국 피아노계의 거장 러셀 셔먼을 만났고 그를 따라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예비학교에 입학했다. 1992년부터는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4년 전액 장학생으로 공부했다. 콩쿠르 출전을 금지했던 스승 때문에 다른 콩쿠르에는 나가지 못했다. 스무 살 때인 1995년 처음 허락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연소 입상과 최우수연주자상을 받았다.
“셔먼 선생님은 너무 어린 나이에 커리어를 쌓기 위해 콩쿠르에 나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셨어요. 경쟁과 순위에 집착해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을 덜 하게 될까봐요.”
그의 스승 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탈리아 카데바니아 국제피아노재단이 선정한 6명 중 3명 레온 프라이셔, 카를 울리히 슈나벨, 드미트리 바쉬키로프에게 모두 배웠다.
“가장 큰 음악적 영향은 셔먼 선생님에게 받았죠.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음악적인 자극과 영감을 동시에 주신 분입니다. 베토벤의 직계인 슈나벨 선생님과는 음악적으로 잘 통했고, 영감을 얻는 법을 많이 배웠죠. 바쉬키로프 선생님으로부터는 미학에 대한 강한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이탈리아 코모의 마스터 클래스, 스페인 소피아 왕립 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 독일 뮌헨 음대 최고연주자 과정 등을 거쳐 그는 프랑스 파리에 안착했다. 현대음악의 메카라 불리는 IRCAM스튜디오를 드나들고, 피에르 불레즈가 진두지휘하는 앵테르콩탕포랭의 연주를 통해 음악적 호기심을 충족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체르트허바우홀, 뮌헨의 헤르쿨레스홀, 벨기에의 팔레드 보에서 연주했다. 드레스덴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트 페테르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유럽 청중과 평단으로부터 “번개처럼 나타난 한국의 젊은 천재”라는 찬사를 받은 그는 2007년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이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내달 리사이틀에 이어 지휘자로서의 꿈도 다져가고 있다. “오케스트라란 악기는 피아노가 줄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음악가라면 누구나 도전해보고 싶어 하죠. 다니엘 바렌보임이나 게자 안다처럼 지휘를 하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피아노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조만간 때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의 공연은 내달 3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홀, 11일 서울 LG아트센터, 13일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 20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25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등에서 이어진다. 3만~5만원. (02)737-0708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