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지금] 베트남 '중진국 함정'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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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 고성장하다 5%선 추락
베트남이 개발도상국의 성장이 정체되는 현상인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데다 국영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성장 둔화가 예상되면서 베트남 정부가 최근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5.2%로 전망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성장률 5.2%는 1999년 이후 최저치다. 블룸버그는 “베트남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다는 의견이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중진국의 함정은 개도국이 경제 발전 초기에 높은 경제성장을 하다가 중진국 수준에 와서 성장이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베트남의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260달러로, 세계은행은 베트남을 중저소득국(GNI 1026~4035달러)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고 있는 점이 베트남 성장 정체의 주범으로 꼽힌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보다 7% 감소했다. 반면 이웃 국가인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는 30% 이상 증가했다.
국영기업들의 방만한 경영과 공산당 당원들의 부정부패도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10년 국영 조선회사인 비나신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국영 전력공사, 해운공사도 최근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 15일 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 연설에서 “공산당이 당원들의 부패를 방지하지 못하고 국영기업의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베트남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달 베트남 국채의 신용등급을 ‘B1’에서 ‘B2’로 강등했다. 이는 인도네시아보다 5단계 낮고 캄보디아와 같은 등급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올해 국가경쟁력평가지수에서도 베트남은 75위로 작년보다 10계단 하락했다.
조너선 핀커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이코노미스트는 “중간소득 국가가 고소득 국가로 가기 위해선 정치적 결단과 인내력, 행운이 요구된다”며 “베트남 정부가 공공기관과 법률 시스템을 정비하고 금융기관 감독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은 정부가 1986년 ‘도이모이(쇄신)’라 부르는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한 이후 고도 성장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2008년 이후부터 GDP 증가율이 7% 아래로 떨어지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블룸버그통신은 “성장 둔화가 예상되면서 베트남 정부가 최근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5.2%로 전망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성장률 5.2%는 1999년 이후 최저치다. 블룸버그는 “베트남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다는 의견이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중진국의 함정은 개도국이 경제 발전 초기에 높은 경제성장을 하다가 중진국 수준에 와서 성장이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베트남의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260달러로, 세계은행은 베트남을 중저소득국(GNI 1026~4035달러)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고 있는 점이 베트남 성장 정체의 주범으로 꼽힌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보다 7% 감소했다. 반면 이웃 국가인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는 30% 이상 증가했다.
국영기업들의 방만한 경영과 공산당 당원들의 부정부패도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10년 국영 조선회사인 비나신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국영 전력공사, 해운공사도 최근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 15일 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 연설에서 “공산당이 당원들의 부패를 방지하지 못하고 국영기업의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베트남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달 베트남 국채의 신용등급을 ‘B1’에서 ‘B2’로 강등했다. 이는 인도네시아보다 5단계 낮고 캄보디아와 같은 등급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올해 국가경쟁력평가지수에서도 베트남은 75위로 작년보다 10계단 하락했다.
조너선 핀커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이코노미스트는 “중간소득 국가가 고소득 국가로 가기 위해선 정치적 결단과 인내력, 행운이 요구된다”며 “베트남 정부가 공공기관과 법률 시스템을 정비하고 금융기관 감독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은 정부가 1986년 ‘도이모이(쇄신)’라 부르는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한 이후 고도 성장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2008년 이후부터 GDP 증가율이 7% 아래로 떨어지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