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정보전자소재
미래사업 양대 축으로
청정 석탄 기술도 개발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SK이노베이션 창립 50주년을 맞아 원천기술 확보를 강조하고 나섰다. 연구·개발(R&D) 분야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또 다른 50년을 이끌 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취지에서다. 5년 전 처음 1조원을 돌파한 SK그룹의 R&D 투자는 지난해 1조3000억원을 넘어 올해 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기술 기반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란 비전 아래 전기차 배터리와 정보전자소재 사업을 기술 영토 확장의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1996년 2차전지 연구에서 시작해 2005년 하이브리드카용 배터리 팩 개발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지난달엔 전기차 1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전극 800㎿h, 조립 200㎿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서산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 R&D의 중심인 대덕 글로벌테크놀로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가장 먼저 배터리 생산라인을 찾았다. 올해 초엔 최재원 부회장이 배터리 사업부 임원들에게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을 대체할 정도로 유망한 사업”이라고 강조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 같은 경영진의 강한 의지에 힘입어 일본 미쓰비시 후소와 2년반 동안의 공동개발을 거쳐 올해부터 일본에서 하이브리드 트럭 ‘칸터 에코 하이브리드’를 판매하고 있다. 올 연말엔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해 세계 3위 자동차부품 업체인 콘티넨털과 합작법인 ‘SK-콘티넨털 이모션’을 설립할 계획이다.
리튬이온분리막(LiBS)과 편광필름(TAC), 연성동박적층판(FCCL) 등 정보전자소재 사업에서도 최 회장이 강조해온 ‘신개념 R&D’가 힘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기술과 R&D는 우리의 미래인 만큼 기술의 사업화를 통해 글로벌 제품을 생산해내는 기술 지향적 회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사업화를 목적으로 하는 SK식 R&D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독자 개발한 LiBS의 상업화로 세계 3위의 사업으로 키워냈고 TAC와 FCCL도 스마트폰 등 IT소재 시장의 성장과 함께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폴리머 제품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 그린 폴(Green Pol)로 불리는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생산에도 나섰다. 연소할 때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돼 유해가스를 발생시키지 않고 깨끗하게 연소되는 것이 강점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09년 연구 시험설비를 갖추고 지난해부터 상업화를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2014년 상업 생산 단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청정 석탄에너지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공해물질 배출을 줄이는 그린 콜(Green Coal) 관련 기술도 개발 중이다. 저급석탄을 ‘석탄 가스화’ 공정을 통해 합성가스로 전환하고 이를 활용해 합성석유, 합성천연가스,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현재 연구시험설비 운영에 이어 2013년까지 실증 설비 단계에 돌입했다. 2014년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상용생산에 성공하면 울산 콤플렉스를 합성가스를 이용, 메탄올 등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라인으로 확대하고 해외 청정석탄 개발 사업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