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디스플레이 이어 스마트폰 배터리 대결

삼성과 LG 사이에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양사는 냉장고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놓고 격돌한 데 이어 이번에는 스마트폰 배터리 성능으로 자존심 대결 3라운드에 돌입했다.

포문은 LG전자가 먼저 열었다.

LG전자는 1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사의 스마트폰 옵티머스G와 삼성전자 갤럭시S3의 배터리 성능을 비교한 실험 동형상을 공개하며 삼성전자를 겨냥했다.

실험 영상에서 옵티머스G는 동영상 재생·동영상 촬영·음성통화 등 공개된 모든 분야에서 갤럭시S3보다 나은 배터리 수명을 보여줬다.

전류 측정 실험에서도 더 적은 전류를 소모하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LG전자는 간담회장에서 단순히 "배터리 효율성에 자신감이 있다는 차원에서 진행한 실험"이라며 "특정 경쟁사 제품을 과녁으로 설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이후 취재진에 돌린 자료에서는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기술 등에서 경쟁우위를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 실험과 관련해서 언급할 내용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달 말 양사가 냉장고를 놓고 벌인 신경전은 법정까지 비화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2일 유튜브 등 사이트에 표시 용량이 작은 자사 냉장고에 LG전자의 냉장고보다 더 많은 물이 들어간다는 실험 동영상을 게시한 것이 발단이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실험이 정부표준규격(KS규격)에 따르지 않은 자의적인 실험이라고 주장하고 지난달 24일 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어 27일에는 LG디스플레이가 자사의 OLED 기술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특허침해금지·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LG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제품인 갤럭시S2, 갤럭시S2 HD, 갤럭시S3, 갤럭시노트, 갤럭시탭 7.7 등에 자사 특허가 무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 측은 디스플레이 특허를 구실로 LG전자가 모바일 기기 판매량을 늘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기도 했다.

앞서 9월 초에는 OLED 핵심기술과 인력을 빼 갔다며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을 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국제 기업으로 성장한 양사가 국내에서 기술혁신을 저버리고 진흙탕 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