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계획보다 빨리 고부가 합성고무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다. 해외 경쟁 업체들이 높은 시장성을 감안해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LG화학에 이어 호남석유화학도 신규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석화는 14일 “차세대 합성고무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SBR)의 10만 증설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금호석화는 SSBR 6만 증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12월 완공 예정이다. 여기에 10만을 추가로 늘리면 금호석화의 SSBR 연간 생산규모는 18만4000으로 2014년 기준 세계 1위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당초 금호석화는 2015년까지 18만의 SSBR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독일 랑세스, 일본 JSR 등 해외 기업과 LG화학, 호남석화 등 국내 기업들이 성장성에 주목해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어 현재 진행 중인 증설을 완료하기 전에 이례적으로 추가 증설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SSBR은 기존 제품보다 고온에서 중합과정을 거쳐 내마모성이 뛰어난 합성고무다. SSBR이 들어간 타이어는 지면에서 겉도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젖은 노면에서 접지력도 향상돼 탄소배출을 줄이고 연비를 높일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11월 타이어의 회전저항력과 노면접지력을 등급으로 표시하는 ‘타이어 라벨링’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한국도 이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합성고무생산자협회(IISRP)에 따르면 SSBR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5000억원에서 2020년 7조5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1000억원을 투자해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연산 6만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합성고무의 원료인 C4 및 부타디엔만을 생산해오던 호남석화도 지난 10일 이탈리아 합성고무 업체인 베르살리스와 합작, 합성고무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호남석화는 SSBR뿐 아니라 EPDM 사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PDM은 강도와 내화학성이 높은 특수 합성고무로 자동차 범퍼, 선박케이블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금호석화도 계열사인 금호폴리켐의 투자계획을 1년 앞당겨 2014년 말까지 EPDM 6만 추가 증설을 검토 중이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