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가 아니라 누가 더 대기업 때리기를 잘하나 경쟁하고 있다. 앞이 캄캄하다.”

대선 후보들이 경제민주화 공약을 구체화하자 재계는 패닉에 빠졌다. 후보 간 선명성 경쟁까지 벌어지며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 등 지배 구조를 바꾸는 강력한 조치가 속속 공약에 포함돼서다. 글로벌 불황으로 기업들이 비상경영에 들어가도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추진모임 등 일부 정치인이 추진하던 순환출자 금지 등을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구체화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며 “발의된 경제민주화법안이 일감몰아주기 등 공정거래 위주로 입법화될 것으로 봤는데 이대로라면 순환출자 금지, 출총제도 통과될 것 같다”고 12일 말했다.

재계는 그동안 정치권 주장이 구호에 그치고 지배구조까진 손대지 못할 것으로 봤다. 기업 부담이 너무 크고 경기도 어려워져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15조원 이상, 출총제 규제에 맞추려면 10조원 이상을 써야 한다. 투자와 고용에 들어가야 할 돈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분 매입 등에 지출하는 셈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순환출자 금지 등이 시행되면 대기업들은 지배 구조를 바꾸고 경영권 방어에 신경쓰느라 제대로 투자할 수 없을 것”이라며 “복지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대선 주자들이 세금을 누구에게 걷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금은 경제민주화 같은 한가한 논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침체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부작용이 일자리 축소로 이어져 국민들 또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석/정인설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