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中 화웨이·ZTE와 거래 말라" 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인사이드 Story - "통신마저 中에 내줄 수 없다" 긴급 방어막
美 의회 "정보 빼냈다"
G2 경제전쟁 확산 조짐
美 의회 "정보 빼냈다"
G2 경제전쟁 확산 조짐
“미국 기업들은 중국 화웨이, ZTE와 거래하지 말라. 이들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가 8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내놔 미국과 중국 간 경제분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중국의 화웨이(세계 2위 통신장비업체)와 ZTE(세계 4위 휴대폰 제조업체)의 미국 진출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오바마 정부는 지난달 중국 최대 건설장비업체 싼이그룹 산하 랄스가 오리건주에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계획도 무산시켰다. 국가 기간산업인 통신과 에너지사업만큼은 중국에 내주지 않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中 업체 美 진출 잇단 제동
정보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화웨이와 ZTE가 미국에 판매한 통신장비에 중국 정부가 접근, e메일을 추적하고 미국 통신시스템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와 ZTE가 미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하지 못하게 막고, 미국 기업들은 이들의 장비를 사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보위원회는 1년에 걸친 조사와 청문회를 거쳐 이번 보고서를 작성, 발표했다. 마이크 로저스 정보위원장은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통해 미국 기업들의 정보가 중국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보고가 여러 건 있었다”며 “불법행위가 있는지 추가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8일에도 중국 랄스가 오리건주에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려 하자 안보위협을 이유로 행정명령을 내려 막았다. 행정명령에는 안보위협의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풍력발전소가 들어설 곳이 미국 해군시설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오바마 정부가 중국 통신·에너지업체들의 미국 진출에 잇달아 제동을 건 것은 통신과 에너지산업이 모두 군수산업에 뿌리를 둔 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정보위원회는 “중국 기업들이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통신장비)가 전시에 미국 안보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해 “화웨이가 중국 군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美 대선 앞두고 G2 경제전쟁
오바마 정부의 최근 조치는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강력한 자국산업 보호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 기업 때리기’에 나서면서 양국 간 경제전쟁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9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빌 플러머 화웨이 미국지사 부사장은 “미 의회 보고서는 기술적, 상업적인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맞받았다. ZTE도 “미국 통신장비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제조된다”며 “미 의회 논리대로라면 모든 통신장비를 국가 안보위협 대상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정부도 유감을 표명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미 의회는 편견을 버리고 양국의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국내 통신업계 의심 없이 도입”
그렇다면 미 의회 주장대로 통신장비를 이용해 정보를 빼내는 행위가 기술적으로 가능할까. 국내 통신장비업체 관계자는 “중국 화웨이 등이 공급하는 장비는 주로 전송장비와 라우터(인터넷장비)인데 여기엔 ‘히든 커맨드’라는 프로그램을 숨겨놓는다”며 “미 의회는 화웨이 등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보를 훔쳐볼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통신업계도 중국산 통신장비를 광범위하게 도입하고 있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내 통신업체들은 중국산 장비에 대해 경계심 없이 도입하고 있다”며 “가격이 경쟁사들보다 30%가량 싸서 널리 사용되고 있어 앞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