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장기 횡보장이 진행되면서 증시 격언들이 효력을 잃고 있다.

우선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라”는 표현을 보기 힘들어졌다. 한동안 ‘장기투자’는 증시에서 금과옥조로 대접받았다. 하지만 장기추세로서 지수상승을 장담하기 힘들어진 데다 ‘우량주’를 자신있게 가늠하는 것이 어려워진 탓에 “오래 들고 있다간 손해만 본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10여년간의 주식시장의 실적도 이런 경향에 힘을 싣고 있다. 10년 전인 2002년 10월8일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중 절반이 주가가 반토막 또는 그 이하로 떨어졌다.

증시가 장기 박스권에 갇히면서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다”는 말도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김철범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주가변동폭이 줄면서 거래액이 급감하고 있다”며 “계곡이 깊지도 않으면서 서서히 장이 힘을 잃는 모습”이라고 평했다.

“숲을 먼저 보고 나무를 보라”는 격언도 일괄적으로 적용되기 힘들어진 분위기다. 주가의 하루 변동이나 단기적인 파동만 보고 투자를 하지 말라는 말이지만 종목 전반이 일관된 흐름을 보이기보단 개별종목이 따로 노는 경우가 늘어난 탓이다. 최근 지수 관련 대형주보다는 고려아연 등 실적호전 중소형주 중심의 개별종목장세가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