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오는 14일로 출범 10주년을 맞는다.

10년간 국내 ETF시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와 시장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ETF의 매력이 부각된 가운데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거래대금이 아시아 지역 1위, 세계 4위로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과도한 쏠림 현상 등 걸림돌이 남아있어 순조롭게 연착륙할 수 있을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TF는 특정지수 혹은 자산의 가격 추이와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된다. 개별주식과 같이 매매가 편리하고 인덱스펀드의 장점인 분산투자, 낮은 거래비용을 갖추고 있어 세를 넓혀왔다.

◆ ETF 10년…거래대금 아시아 1위로 '잘 자랐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은 지난달 말 기준 129개 종목, 순자산총액 13조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4종목, 순자산 규모 3444억원으로 처음 시작할 당시에 비해 덩치를 급속히 불려 종목수는 32배, 순자산의 경우 42배 급증한 것이다.

2002년 출범 당시 삼성, 우리, 한국, 하이(옛 CJ자산운용) 등 4개에 불과했던 참여 자산운용사도 15개로 늘었다.

ETF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무게도 커지고 있다. 2010년 8월 말 유가 및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대비 0.5%에 불과했던 ETF 시총 규모는 지난달 말 1.17%까지 성장했다.

이 같은 국내 ETF 시장 확대를 위해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상반기 ETF 최소 상장액을 100억원에서 50억으로 낮춰 신상품 출시를 유도하는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해 왔다. 유동성공급자(LP) 인센티브 지급기관 범위 확대와 LP 방향 호가를 의무화한 점도 시장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지난해 국내 ETF 시장에 44개 종목이 추가로 상장,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최대 성장 규모를 기록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국내 ETF 시장이 순자산총액 기준 연평균 30%대의 성장을 이룩해 세계 4위의 ETF시장으로 발돋움했다"고 평가했다.

◆ 전문가 "ETF 시장 몸만 컸다…머리도 커야"

그러나 국내 ETF 시장이 원만히 성숙기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걸림돌들이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거래대금의 80%이상이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등 파생형 ETF에 집중된 종목별 편중 현상과 함께 일부 운용사로 한정된 투자주체 쏠림 현상이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8월 중순 기준 자산 규모 상위 30개 ETF의 거래량을 집계한 결과, 상위 5개 종목의 거래량이 전체의 96.7%를 차지했다.

거래량 쏠림 현상은 대부분의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돼 다소 과도하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이에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합성ETF 도입 등을 골자로 한 'ETF 시장의 건전화 등을 위한 종합 정책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시장 쏠림 현상을 경감시키기 위해 국고채 레버리지ETF와 함께 장외스와프·파생결합증권 등을 활용해 지수를 추종하는 합성ETF 등이 새로 등장할 계획이다.

한편 파생형 ETF로의 쏠림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효섭 연구원은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구조화 ETF 등의 파생형 ETF는 간접투자와 관련한 인덱스펀드의 활성화, 소액투자자를 위한 헤지기능 제공, 다양한 투자집합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증권산업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인위적인 방침보다는 수요와 시장원리에 맡기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ETF를 상장 운용하고 있는 15개의 자산운용사 가운데 삼성, 미래, 우리 등 상위 3개의 자산 규모가 전체의 77.2%를 차지하는 등 운용사별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동안 구축한 브랜드 파워 등을 바탕으로 3개사의 상장 종목수 역시 65.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선발주자들에 대항하기 위해 후발주자들은 차별화된 신종 상품이나 비용 하향 전략을 통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투자자의 ETF 활용이 미미하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이후 시장이 성장하면서 개인 참여가 50% 수준까지 증가했지만 상대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비중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펀드 내 ETF 편입에 따른 보수의 이중부담과 함께 주요 연기금과 변액보험, 퇴직연금의 투자 대상에 대한 운용상 내부적인 제약 등이 완화돼 ETF 시장의 추가 성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수연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양적 규모 확장을 한 단계 더 도모하고자 한다면 기관의 ETF 활용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민 연금을 비롯한 대부분의 연기금과 공제기금의 운용 규정에는 ETF 투자를 단기투자 대상으로 명시, ETF에 투자할 수 없게 돼있거나 제약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논란이 됐던 ETF 거래세 부과 방안이 시행될 경우 시장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 거래소 "2020년 한국 ETF 순자산 100조 시대 온다"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우려 요인들을 보완해가면서 국내 ETF 시장이 꾸준히 성장해 나갈 것으로 관측했다.

글로벌 ETF 시장이 세계 증시 시가총액의 2.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한국 ETF 시장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현재 13조원대인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 규모를 2020년 100조원대까지 키울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거래소 측은 "국내 ETF 시장이 2015년까지 연 30%씩 증가할 것"이라며 "현재 미국시장 수준으로 ETF 비중을 확대, 2020년 전체 펀드 대비 24% 수준까지 ETF 시장이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